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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결국 생각했던 18학점을 모두 듣게 되었다 첫


결국 생각했던 18학점을 모두 듣게 되었다. 첫 수업만 갔다가 drop하려고 했던 CSE126는 Martha와 상의하고 난 후 결국 P/F로 듣기로 했다. 14학점이었던 지난 학기보다는 확실히 workload가 늘어난 느낌이다. 몸으로 느껴진다. 거기다가 농구랑 사물놀이까지 하려니 삶에 틈을 내기가 쉽지 않다. 지난 학기 화학 Final 전날에 Ryang이 공부하다 말고 말하길,

"There are three 'S's for college students, and those are study, sleep, and social life. The thing is, you can choose only two of them. If you study and sleep, you can't have a social life. If you sleep and have a social life, you can't study. If you study and have a social life, you can't sleep!"

그래서 모여있던 애들 모두가 공부하다 말고 킥킥댔는데, 저렇게 3개의 S 중 꼭 두 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단 두 가지에 집중하면 하나에는 어쩔 수 없이 소홀해지기 마련인 것 같다. 아니면 한 가지에 집중하고 나머지 둘을 그럭저럭 해내거나. 물론 셋 다 완벽하게 해낸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는 후자가 바람직해 보인다.

그래도 성호가 자기도 18학점에 26시간 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왠지 동지가 생긴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불쌍한 성호는 화요일에 연속 10시간 수업을 들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의 연민을 자아냈다. 나는 동지가 생기는 것 이전에 그러다가 걔가 몸이라도 망가질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지만 꿋꿋히 그 (비인간적인) 스케쥴을 소화하겠다고 하니 나는 친구로써 성호가 정말 대견스럽다.



녹록치 않은 길을 함께 가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어젯밤 사물놀이 연습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절반 밖에 읽지 못 한 Mill의 Utilitarianism의 2장을 마저 읽었어야 했는데 수화가 자신은 책을 전부 다 읽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한 단원에 대한 나의 이해를 도와주었다. 개인 교습 같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한다.


Mill은 그 사람이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말했던.(한글로 이게 맞나?) 교수님은 Mill의 생각에 대해 자신이 찾은 문제점이 있으면 하나 정도 갖고 오라고 했는데, 나는 Mill에게 설득당해 발표할 만한 문제점은 찾지 못 했다(수화는 "물론 밀은 니가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반론에 대한 반론을 다 써놨지만.. 어쩔 수 없지 뭐^^ 우린 미천한 학생일 뿐인데."라고 말했다). 수업 시간에도 그나마 Guillaume이 뭔가 그럴 듯한 발상을 들춰 냈을 뿐이었다.

철학 수업은 재미있기는 한데 아직까지는 생소한 부분이다 보니 가끔 생각이 머릿속에서 엉켜서 정리가 안 된다. 과학은 철학만한 논쟁거리는 상대적으로 적으니까 이렇게 머릿속이 복잡하지는 않은데 철학은 생각해야 할 거리가 너무 많다. 그래도 교수님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수업 들을 맛이 난다.

그 외에는 뭐, 나는 어제 오후 배탈이 나 끙끙거렸고 어제 점심 이후로 음식다운 음식을 잘 먹지 못 해 배가 좀 고프다. 아직 랩 수업이 시작하지 않아 오늘 하루 종일 수업이 없었던 Kristen이 "Chloe, it's freezing out there. It's negative 8 degrees... FAHRENHEIT..."라고 (아마도 본의 아니게) 겁을 주었는데 나는 굳은 마음을 먹고 단단히 무장하고 나가서였는지, 게다가 오늘 바람이 별로 불지 않아서인지 생각만큼 춥지는 않았다.

벌써 학기가 시작한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