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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방이 매우 깔끔해졌다 어제 이른 저녁을 먹은


방이 매우 깔끔해졌다. 어제 이른 저녁을 먹은 후 쉬지않고 짐을 풀고 방을 정리한 결과다. 세인트루이스에는 토요일 밤 12시가 조금 못 되어서 도착했지만 피곤해서 짐을 얼마 풀지 못 하고 침대보와 이불만 바꾸고 잠들어버렸기 때문에 어제 나는 수고를 좀 해야 했었다. 하지만 방이 정말 황홀할 정도로 단정해지자 나는 마구 기쁜 마음이 들어버렸다. Kristen은 내가 이미 푹 잠이 들어 있던 어제 새벽 3시에 도착했다고 한다.




Kristen의 영역(?)은 나오지 않게 찍었다. 침대 밑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신발과 수납함을 못 찍어서 내심 아쉽다. 햇살이 제일 좋은 시각(방금 전)에 찍었다.

나는 시차적응을 원래 하루만에 하는 편인데 이번은 왠지 계속 피곤하다. 시차 때문이 아닐 수도 있지만 잠을 충분히 잤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쳐지는 기분이 든다. 수업 3일 전에 와서 다행이다.

LA까지 가는 비행기에서 내 옆에 앉은 사람은 남미 사람이었다. 영어는 잘 못 하고 대신에 일본에서 와서 일본어는 꽤 할 줄 아는 모양이던데 문제는 승무원이 일본어를 잘 못하더라는 점이었다. 세관 작성하는 종이를 나눠줄 때 그 사람은 일본어로 질문을 하는데 승무원은 꿋꿋하게 영어로 설명을 하다가 알아들었을 거라고 짐작하고 자리를 쓱 떠나버려서 옆에 있던 나조차도 그 무책임함에 당황했다. 남미니까 스페인어 대충 알겠지, 하는 생각에 habla espanol? 이라고 물어보고 정말 간단한 스페인어("이건 필요 없음. 이것만 필요 있음.")로 뭘 기입해야 하는지 가르쳐줬더니 그 사람, 얼굴에 금방 화색이 돌면서 미칠듯한 속도의 스페인어를 나에게 쏟아부었다. 그 바람에 우리는 서로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언어(영어, 일본어, 스페인어)를 끄집어내어 소통(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것)을 했다. 더군다나 그 일행 중 어떤 꼬맹이 여자애(이름은 마에)가 Wall E를 보고 있는 내게 다가와 계속 일본어로 말을 걸어서 나는 참 힘든 비행을 했다.

하지만 나는 별 문제 없이 세인트루이스로 돌아왔고 내일부터는 새로운 학기를 시작한다. 최대 원 메이저 투 마이너만 되는 줄 알고 있었던 나는 어제 예원이가 투 메이저 원 마이너까지 가능하다는 말을 해 주어서 Biology, PNP major에 Bioinformatics minor를 할 생각에 약 12시간 정도 들떴으나 오늘 아침 일어나 생각해보니 지금도 elective 없이 살고 있는데 그렇게 하드코어로 살다간 4년 만에 졸업하지도 못 할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들뜬 마음을 고이 접어넣었다.


속상한 이과생의 시간표다. 솔직히 18학점짜리 시간표가 사실은 25.5시간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게 말이나 되나? 21학점에 25.5시간이면 말을 않겠다만 이건 너무 하잖아요. 그래도 일주일만 컴싸 들어보려고. 딱 일주일(혹은 그것보다 적게)만 들어보고 드랍할거다. 드랍하고 나면 일주일에 3일이 11시에 첫수업 시작. 9시 조금 못 되어서 일어나도 아침에 운동 좀 하고 학교 갈 수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