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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내일이면 다시 미국으로 간다 겨울방학 3주는 인간적으로


내일이면 다시 미국으로 간다. 겨울방학 3주는 인간적으로 너무 짧다. 하지만 사람들도 만날만큼 만났고 놀기도 많이 놀았고 쉬기도 참 많이 쉬었다. 책은 조금 읽었지만 공부는 그야말로 하나도 안 했다(그리고 난 이걸 자랑이라고 또 여기다가 쓰고 있다). 하지만 방학이라는 건 원래 쉬라고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나는 별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몇 시간 전 나는 신문에 나와있는 특이한 스도쿠 세 개를 풀어보면서 오랜만에 뇌가 운동하는 그 희열(?)을 느꼈다. 지금은 왠지 뇌가 시원해진 느낌이다.

어제 오후에는 신촌에서 민사 블로거들의 조촐한 모임을 했다. 그래봤자 나 찬서 지혜 두준 이렇게 네 명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재밌었다.



나와 찬서가 일찌감치 신촌에 도착해서, 계절학기 중간고사를 치고 온 지혜와 집안일을 하고 나온(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으나 사실이다) 두준이를 맞이했다.



나 없는 사이에 부산에 놀러갔다온 괘씸한 두준이는 남포동에서 샀다는 비니를 쓰고 왔는데 거기에는 "Fashion of skinny twig"라는 다소 의아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혜는 우리들과 놀아주기 위해서 몸소 뭔가 신문사 과제스러운 것을 들고 카리부에 와서 유배 당한 옛날 선비처럼 은둔한 채로 어떤 것들을 열심히 써내려갔다.



그 옆에서 나와 찬서는 몹쓸 놀이(= 목도리를 히잡처럼 두르는 놀이)를 했다. 쓰고 나니 왜 철현이가 서면에서 나랑 일행이 아닌 척 하려고 했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그래도 두준이는 내가 저런 모습을 하고 시내를 쏘다닌다 하더라도 친구 해 주겠다고 했는데! 목도리를 저렇게 활용하면, 사람이 약간 안 되어보이는 부작용은 있지만 정말 따뜻하다! 겨울바람 앞에서는 저 따뜻함을 거부할 수 없어.

어쨌거나 한국에서의 엄청났던 즐거움을 뒤로 하고 나는 공포의 2학기를 대면하러 다시금 세인트루이스로 떠난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며 지낼 1학년 2학기는 이번 달 12일부터 시작한다. 화학과 생물이 채찍을 들고 나를 반길 것이니... 황송하여라. 나 또한 방패를 들고 그들과 맞서 싸워 승리하겠다. 방금 찬서가 MSN으로 "9일 출국 안하면 안대여? ㅜ_ㅜ"라고 했다. 나도 참... 며칠이라도 미루고 싶지만 해야 한단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