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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존재

sketch 004




"야, 내가 깨달은 게 있어. 사람은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게 아니라 누구랑 같이 못 있어서 외로운 거야."
- 음.
"깨달았다니까?"
- 똑같은 거잖아. 말만 다르게 했네.
"아냐, 달라. 누구랑 사귀거나 서로 좋아하거나 하면 오히려 더 외로움을 타는 거지. 그러기 전에는 누구랑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하니까 외롭다는 느낌 자체가 애초에 없잖아? 그런데 누구랑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우리는 외로움을 느끼는 거지."
- 그런가.
"그리고 난 막 바쁠 땐 별로 그런 생각 안 들다가, 시간이 남으면 더 외로워지는 것 같아."
- 그건 마음에 빈틈이 생기니까 거기에 그리움이 들어차서 그러는 거야.
"그렇겠지."
- 그런데 니 말이 맞다면, 외로움은 그리움에서 기인하는 걸까?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