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돛단배
어제 드디어 세인트루이스에 첫눈이 왔다 날씨 좋은
chloed
2009. 12. 4. 10:01
어제 드디어 세인트루이스에 첫눈이 왔다. 날씨 좋은 캘리에서 겨울 모르고 사는 예라가 이 말을 듣고는 로맨틱했겠군! 이라고 했지만 로맨틱은 무슨, 첫눈이 내리던 순간의 나는 생물 마지막 중간고사를 치고 나서 현민이, 에릭이랑 늦은 저녁을 먹은 뒤 기숙사로 터벅터벅 걸어가며 갑자기 왜 이렇게 춥냐고 소리지르고 있었을 뿐이고. 에릭이 맨날 에스키모 같다고 놀리는 내 옷은 보이는 것 만큼은 따뜻하지 않아 나는 오들오들 떨며 방으로 돌아왔다. Chelsea 말을 듣고 누워서 뒹굴거리며 푹 쉬..지는 못 했고 짐을 챙겨 다시 도서관으로 심리학 시험 공부를 하러 갔다. 오랜만에 새벽 내내 카페에서 공부했는데 왜 그렇게 사람들이 다들 어깨에 힘 팍 주고 공부하고 있던건지. 이 놈의 학교 사람들은 어째서 절대로 군기가 빠지는 법이 없지?
학기가 마무리되면서 이것도 마지막, 저것도 마지막, 이렇게 새삼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오늘 시험 본 심리학 수업도 마지막이었고 날 목요일마다 힘들게 했던 물리 실험과 물리 숙제도 마지막이었다. 내일만 지나면 언어학 퀴즈도 마지막이겠지. 뭔가 "마지막"이나 "끝"에 일일히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항상 마음은 좀 그렇다. 아쉬움은 언제나와 같이 한껏이다. (하지만 물리 실험은 별로 아쉽지 않군...)
어쨌거나 세인트루이스는 본격으로 12월 냄새를 풍기고 있으며 어느새 12월 3일이네. 요새 날짜 감각을 잃어버려서 보통 요일로 날을 기억하는 바람에 (예시. 아 목요일 시험이네) 오늘이 벌써 3일이라는 걸 알고는 깜짝 놀랐다. 2009년 잘 간다. 너무 서둘러서 가지 않아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