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돛단배
시험에 쩔어 살았고 다음 주 목요일까지도 시험에
chloed
2009. 2. 28. 16:20
시험에 쩔어 살았고 다음 주 목요일까지도 시험에 쩔어 살 것이다. 이번 학기 가장 미친 2주일이다.
굳이 나승현 짤방을 빗대어 표현하자면, 이렇다. 할 만하다. 좀 토할 것 같고, 좀 머리 아프고 잠 오긴 하는데 괜찮다. 할 만하다.
게다가 곧 WBC도 있고 봄방학도 있으니까 괜찮다. 봄방학 때에는 LeaderShape이라는 프로그램 때문에 일리노이에 일주일 정도 가 있는다. (뭔가 굉장히 멀리 나가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세인트루이스가 어차피 일리노이와 미주리에 걸쳐 있길래 버스 타고 1시간 정도다. 하하) 애초에 캘리에 갈까, 아니면 나랑 봄방학 똑같은 박해를 만날까 했는데 어차피 LeaderShape을 해야 하는 (혹은, 적어도 하면 좋은) 상황이었고 요즘 환율도 안구에 습기차는 상황인데 비행기표는 무슨 비행기표. 공짜로 일리노이 보내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 LeaderShape이나 해야겠다 싶었다. 처음에는 "무슨 초중학생용 GLPS도 아니고 리더쉽 캠프냐"라고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리엔테이션에 다녀오고 나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이왕 하는거 재밌게 하고 와야겠다.
어제 저녁에는 생물 시험을 보고 오늘 아침에는 컴싸 시험을 봤다. 생물 시험은 심리적인 부담과 더불어 공부해야 하는 양도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컴싸를 제대로 공부하기란 솔직히 불가능이었다. 더군다나 생물 시험이 저녁 8시 반에 끝나고 컴싸 시험은 그 다음날 오전 8시부터 시작이라 나는 그냥 밤을 꼴딱 새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생물 시험을 치고 늦은 저녁을 먹은 뒤 기숙사로 돌아가 좀 쉬다가 씻고 도서관으로 갔다. 생물 시험 때문에 지나치게 몸담았던 도서관 2층은 진절머리가 나서 컴퓨터를 들고 도서관 카페에 자리를 잡으니 11시 반이었다.
아메리카노 하나와 에너지 드링크 하나로 밤을 샜다. 원래는 시험 공부를 하더라도 한두 시간 정도는 자는데 이번에는 정말 꼴딱 샜다. 그 전날과 전전날도 생물 공부랑 화학 퀴즈, 철학 퀴즈 준비에 치여 있어서 잠이 충분하지 못 했는데 거기에 보너스로 깔끔하게 하룻밤을 새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식욕, 성욕, 배설욕과 더불어 사람의 네 가지 신체적인 욕구 중 하나인 수면욕이 만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은 매우 까칠해진다.
생물 시험 당일 점심 먹을 때 있었던 대화를 소개하면 이해가 쉽겠다. 화학 퀴즈를 치고 도서관으로 가서 멍한 머리로 다 못 읽은 철학 논문을 마저 읽고, 지나랑 DUC에 가서 점심으로 스시를 주문하고 있는데 성우와 에릭이 화학 실험을 마치고 피로가 만연한 기색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성우는 앞머리가 안타까워 보였고 에릭은 면도를 못 해서 아주... 아무튼 그랬다. 오전에 화학 실험도 있고 오후에 화학 퀴즈도 있고 저녁에 생물 시험도 있고 해서 둘 다 그 전날 밤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넷 다 스시를 시켜서 먹고 있는데 에릭이 피곤해 죽겠다며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에릭 : Shit! I feel like a vegetable!
성우 : Me too.
에릭 : You actually look like one.
성우 : You look like a potato.
에릭 : A WHAT??? ............ You look like a celery.
성우 : You look like a turnip.
에릭: You.. you...
성우 : You look like a 7TM protein receptor.
지나, 나 : ㅋ
성우 : ㅋ
에릭 : ... ㅋ
참고로 7TM protein은 이번 시험에 나왔던 것들 중 하난데... 그냥 이 대화가 암시하는 것은 1. 다들 열라 지쳐있고 2. 생물에 쩔어있고 3. 졸려서 '너 야채처럼 생겼다'라는 말에 서로 발끈하기들 했다는 거다.
내일도 정신없이 바쁜 하루가 되겠거니. 나는 잠 부족으로 까칠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