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돛단배

but it's okay darling, i'm mostly benign,

chloed 2014. 8. 25. 14:02







단어에 미치지 못하는 생각이 잔뜩이다. 생각의 숫자는 많아지지만 각각의 길이는 짧아지는 식이다. 거의 단위에 가깝다. 어느 정도 길어져서 단어가 되는 생각들은 이미 거듭되고도 거듭되는 바람에 가까스로 임계점을 지나친 생각들이다. 가령: 나는 어떤 독일까. 이것은 나를 죽일까. 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살릴 수도 있지. 스트레스 상황에서 세포는 단백질과 핵산을 똘똘 뭉쳐 과립을 만든다. 아마도 방어 및 보호기작의 일종일 것이다. 그걸 현미경으로 쫓아다니면서 예쁜 사진을 찍는 것이 요새 내 일이다. 형광이 바래지 않기 위해 조명을 최소화하여 어두운 방 안에서 그것들은 마치 별처럼 빛난다. 마치 안심시키는 것처럼 괜찮아요 마음 놓아요 나는 대체로 무해해요


지난 주에는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Boyhood를 봤고, 식물이 자라나는 걸 관람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그 긴 영화가 끝난 뒤 어두운 일차선 도로를 운전해서 귀가하다가 우리가 살면서 순간순간 클라이막스라고 생각하는 장면들을 한데 줄세워놓고 보면 일정하게 완만하고 연속적인 곡선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에는 우리가 관통당하는 것 같아도 돌이켜보면 우리가 관통하고야 말았던 것이 시간인 것이다. 그런 거시적인 시선이 주는 안정감이란 게 있다. 연속하기 때문에 내가 아늑해하는 일정함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그간 사랑했던 모든 것들 그리고 사람들은 나보다 늘 일정한 간격으로 일정했다. 혹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래서 네가 잘 잤어? 하고 물어올 때마다 나는 지난 밤 정말로 잘 잔 것 같다. 이 세상에서 '괜찮다'는 말 다음으로 제일 좋다.


























나는 여전히 총천연색의 여름이라고 괜찮다고, 촌스러운 걸 알면서도 이렇게 자주 소리내어 생각하지 않으면 마음이 자꾸만 탈락한다고



+ holy other - he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