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돛단배
구름은 두껍고 어둡게 내 방은 밝고 환하게 너는 멀리서 아름답게,
chloed
2013. 6. 5. 01:56
아주 예전부터 줄곧 생각해왔다, 잠드는 과정sleep 없이 잠들어 있을asleep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촛불이 입김 앞에서 순식간에 꺼지는 것처럼. 잠들어 있는 건 좋다. 수면의 길이는 어떻게 보면 하나의 온전한 나라. 태초부터 나의 내부에 있었던 공간이다. 나 하나만으로도 동서남북이 가득해진다. 아늑하다. 누가 굳이 나를 떠밀지 않아도 거기에 영원히 머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런데 잠에 입국하는 건 너무, 번거로워. 거의 껄끄러울 정도다. 의식이 내게서 빠져나가는 모든 통로가 거칠다. 마치 입자가 굵은 구름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식도 없이 비가 내리면 좋겠다. 내 침실이 넘치도록. 한낮의 더위가 빗물에 미끄러지듯 사정없이 잠에 빠지고 싶다. 오늘도 잘 자고 내일도 잘 일어나. 너도. 보고 싶어. 나도. 우리 사이에 한낱 웅덩이처럼 고여 드는 인사들을 껴안으려고 발버둥친다. 고작 잠을 청한다.
+ ólafur arnalds & nils frahm - a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