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돛단배

너는 오늘 아침 당장 꽃 피어도 내 하루의 어느 한 곳은 여태 겨울이야,

chloed 2013. 3. 26. 14:14


주말에 폭설이 온다길래 거짓말인줄 알았는데, 잠들락말락 깜빡이던 토요일 새벽부터 얼음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나더니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블라인드를 제치고 밖을 내다보자 정말로 꽤 많은 양의 눈이 내리고 있었다. 두 번째 겨울이었다. 새들이 요란하게 울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발은 거세어졌다. 외출 후 집에 돌아왔을 때 갑자기 몰려오는 피곤에 코트도 목도리도 벗지 않고 거실 소파에 쓰러져서 그대로 낮잠을 잤는데, 두 시간 정도 자다가 눈을 뜨자 창밖으로 온통 하얀 풍경이 보였다. 한동안 그렇게 쇼파에 엎드려서 멍청하게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해가 질 것 같았다. 플로리다에 가면,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 이상 겨울이 되어도 눈 구경할 일이 없을 텐데. 그 생각이 들자마자 벌떡 일어나, 일주일 정도 연체된 학교 도서관 책 반납을 핑계삼아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학교로 걸었다. 초반에는 사진이 자꾸만 파랗게 찍혔는데, 이상하게 그런 왜곡이 좋았다. 사진 보정은 하지 않았다.






집 뒤 주차장,




문 닫은 집 건너편 음반점,








학교 가는 길,






학교 도서관 옆뜰,







삼 년 전 오늘에는 벚꽃이 피어 있었던 공대 건물 골목,




사슴이 튀어나왔으면 좋겠다.




가짜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학교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 밤에 돌벤치에 혼자 앉아있는 게 좋았는데,





학교 정문,



따뜻한 겨울에 대서양을 바라보고 앉아있다가, 바다도 없고 날씨도 변덕스러운 이 공간이 너무 보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책 연체료는 1달러 80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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