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돛단배

"where do you live, love is a place, where are you from,"

chloed 2012. 11. 24. 16:44


기다리던 휴일이어도 시기가 시기인지라 글을 쓰고 남에게 내 글을 꾸역꾸역 읽히느라 정신이 없다. 쉬지 않는 건 아니지만 쉬고 있으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같은 글을 계속 읽으니 어지럽기도 하다. 너 이 글 막 썼냐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그냥 (당연하게도) 짜증만 났는데 왜 이렇게 절제했냐고, 고민하는 모습이 읽혔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오히려 울컥했다. 자칫하다가는 침대에 엎드려 있던 그 상태 그대로 흑흑댈 수도 있었어, 물론 그러지는 않았지, 그렇게 나약하지는 않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가끔 나에게로 지나치게 수렴한다. 그리고 나는 가끔 초라하게 단단한 나의 수렴을 너무 쉽게 발각당한다. 좋은 것들만 타인에게 발굴당하면 좋을 텐데. 당신들이 내게서 찾아낸 것이 고작 오랜 시간을 통과한 내 수렴 따위라서, 더군다나 그게 별로 예쁘지 않아서 미안해. 이러다가는 물어뜯어 점점 닳아가는 내 손톱까지 들킬 거야. 손가락 끝이 아리다. 


눈이 피곤해 자러갈 생각을 해보아도 잡념에 자꾸 걸려 넘어져 오래 잠들지 못할 걸 안다. 이럴 때면, 얼마 전 약국 갈 방법이 없어 인터넷으로 주문한 내 멜라토닌을 들고 갔을 어떤 이웃이 미워지지. 우리 아파트의 누군가가 자기 단백질 파우더를 훔쳐간 것 같다며 전화로 잔뜩 불평하던 친구 말을 넘겨듣지 말았어야 했다. 딸기향의 연보라색 알약을 비타민으로 착각해 여러 알 먹고 종일 내내 졸려할 당신을 상상한다.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지만 내 잠에 관한 문제는 그것과는 별개에요, 돌려줄 생각 없이 내 잠을 앗아가면 나한테 혼나요, 내가 나에게로의 수렴을 멈춰가며까지 미워해요. 다만 졸음운전만은 하지 말아, 괜한 남들이 다치니까.


 


+ metric - love is a pl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