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floated in those words, i don't even know why i feel what i feel,"
나를 타이르는 말들을 경건하게 새겨 듣고 며칠을 죄책감 없이 쉬었다. 잠을 억지로 많이 자서 머리가 아팠다. 그래도 왠지 내가 이불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나는 자다가도 웃었다. 당장의 게으름은 좋다. 부인할 수 없다. 아무런 해악 없이 뒹굴거리는 것들은 얼마나 평화로운지.
금요일에 이어 토요일에도 날이 반짝 더워져서 잠깐 땀을 흘리다가 친구의 차를 타고 공원에 갔다. 언덕에 누워서 사람들이 연 날리는 걸 구경하니 기분이 좋았다. 왠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4월을 과학의 달이라고 하면서 이런 저런 행사를 했거든, 그래서 초등학생 때 같은 반 친구들은 모형 비행기 대회 같은 거에 참가하고 그랬어. 너도 그런 대회 나갔어? 아니, 난 그런 거 잘 못 했으니까, 연도 못 날렸는 걸. 그런데 오늘은 늦은 낮부터 비가 잔뜩 오더니 저녁이 되면서 급하게 추워졌다. 별 도움이 안 되는 우산을 부여 잡고 낑낑대며 집으로 가는 길에, 한 손으로는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비에 젖은 자전거를 끌던 후배가 바람에 먹혀 들어가는 목소리로 아, 내일부터는 또 엄청 추워진대요, 막 화씨 40도 정도로, 그런데 누나, 이 날씨에 그렇게 가디건 하나 입어서 안 될 것 같은데, 했다. 이렇게 추워질 거란 생각은 못 했지, 나도 바람을 먹어가며 대답을 했다. 거리가 축축한 나트륨등 불빛으로 어질어질했다.
흠뻑 젖은 신발을 질질 끌고 아파트에 도착해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다가 친구를 만났다. 나는 얼른 집으로 돌아가 물을 잔뜩 먹은 신발과 양말을 벗고 눕고 싶었는데 친구는 엘레베이터 문을 손으로 가로막고 자꾸만 질문을 했다. 어디 갔다오는 길이야? 성당. 이 밤에? 그냥 학교 성당 갔어, 한동안 거기 가려고. 혼자 거기 갔다가 걸어온 거야, 지금? 아니, 누구랑 같이 걸어왔어. 이렇게 막 비 오고 어두운데? 뭐, 괜찮아. 괜찮아? 응, 괜찮아. 진짜 괜찮아? 안 괜찮을 것 없지, 그런데 나 지금 옷 갈아입고 싶으니까, 나중에 얘기하면 안 돼? 친구는 마치 내게서 안 괜찮다는 대답을 원하는 것처럼 오래도록 같은 질문을 했다. 집에 들어와 신발을 벗는데 빗물 때문에 기분 나쁘게 껄쩍이는 소리가 났다.
그래도 날이 추워지니까 계절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 기쁘다. 심지어 오늘 밤에 눈 올 확률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환영이다. 추운 계절은 응당 추워야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비로소 나와 남의 체온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나는 동사凍死하는 것에 대한 낭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철없던 낭만이 사라지고 대신 동면에의 낭만이 생긴 것 같다. 나의 대사代謝가 멈추는 대신 그저 느리고 길게 존재하기를. 이렇게 조금씩 늙어가는 것 같다. 그처럼 나는 해가 들지 않는 곳에서 쉽게 시들었다. 사방에서 쪼아대는 것보다는 그게 나았다. 그러나 누가 나를 지하에서 건져내는 걸 마다하지는 않았다. 어지러워하고 있다 문득 밖으로 불려나갔다. 무턱대고 나를 잡는 손이 차가웠다. 이기적으로 굴어요, 이기적으로, 어리광도 부리고 사실 지금 좀 버겁다고, 솔직하게. 그렇지만 나는 이미 충분히 이기적이지 않니, 내 불안이 너무 커서 남의 불안을 모른 척하고 있어. 아무렴 어때요, 이렇게 기대고 있어, 편하잖아. 그러나 미안해, 나는 가끔 삶의 쓸데없는 질감까지 너무 예민하게 느껴.
나만 흔들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남을 붙들고 흔들어야만 했다. 사실 아무것도 요동치고 있지 않았다. 이 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도 모두 용서하여 주십시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milosh - couldn't sle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