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돛단배

"picture your body, hearing your voice, fall into your eyes,"

chloed 2012. 7. 27. 10:56




지난 주말에는 원래 애들이랑 호숫가에 놀러 가서 낚시도 하고 물가에서 낮잠도 자고 고기도 구워 먹으려고 했는데 갑작스런 차편 문제로 모든 계획이 취소되어서 나는 다소 쓸쓸해했다. 친구가 나를 슬픔에서 구제해 다운타운에 있는 맥주 양조장에 나를 데려가줘서 덕분에 음악을 들으며 이른 저녁으로 홍합을 먹고 맥주를 마셨다(친구가 두 번째 맥주를 받아오며, 이런 말 하는 것 참 이상하고 나도 이제야 깨달았는데 이 장소에 동양인이 너 뿐이야,라고 했다. 친구가 그 말을 하고 나서야 나는 문득 나의 다름을 느끼고 주변을 둘러봤고). 이상하게 날씨가 너무 좋은 주말이었다. 늦은 오후부터는 심지어 선선하기까지 했다. 더더욱 물가에 갔어야 했던 날씨였다. 친구와 나는 후식으로 프로즌 커스터드까지 먹고 공원으로 향했다. 라티노들이 모여서 불까지 피우며 놀고 있었다. 친구는 언덕 아래 있는 인공 호수를 손으로 가리키며, 어쨌든 물가에 오긴 왔네, 했다. 잔디밭에 누워서 비행기를 보며 잡담을 하다가 해가 거의 사라질 때쯤 집으로 돌아왔다.


종일 실험을 하면 피곤하고, 집에 와서는 누워 있기 일쑤지만 사람들이 불러내면 귀찮아하면서도 잘 기어나간다. 5월 말에 이사한 이 거리는 사실 놀기에 너무 좋다. 필요한 건 다 모여 있으니까. 어제는 퇴근길에 너무 더워 에어컨 바람을 쐬러 작은 책방에 들어갔다. 예전에 척 팔라닉Chuck Palahniuk의 서명이 있는 책을 본 것 같아서, 그게 아직도 있으면 사서 동생에게 생일선물로 보내려고 책장을 훑었는데 (당연히) 없었다. 그 와중 계산대에서는 어떤 남자가 큰 목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음악을 듣고 있어서 잘못 들은 걸 수도 있지만, 그는 책방 주인(혹은 점원)에게 자기 상황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너무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월급은 며칠 후에 나오니 책 한 권만 외상해주면 안 되겠냐며. 책방 주인(혹은 점원)은 굉장히 쉽게 승낙했다. 무슨 책을 외상받았는지 보고 싶었는데 그가 책을 품에 안고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그는 책을 얻고도, 자기가 외국어를 배우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대해 또 한참을 떠들고 있었다. 책방 주인(혹은 점원)은 또 가만히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고 나는 책방을 나섰다.


여름 내내 함께 일하던 학부생 둘 중 한 명은 지난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일을 그만 뒀고 나머지 한 명도 내일 이후로 실험실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여름 내내 함께 일하면서 내가 아들들lab babies이라고 부를 정도로 정들었는데. 다음 학기가 시작하면 또 실험실에 가끔 오겠지만 그래도 매일 함께 일하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겠다. 사람이 적어지니 8월은 조금 더 조용할 것 같다. 몸도 조금 더 피곤하겠지. 매일 운동하고 싶어도 피곤해서 그럴 수가 없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게 못마땅하다. 일찍 자지 않아도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건 더 못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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