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돛단배
마일드한 수면 장애를 겪는 것 같아서 침대에
chloed
2012. 1. 28. 16:47
/ Thieves Like Us - Shyness /
마일드한 수면 장애를 겪는 것 같아서 침대에 앉아 오랜만에 카시오톤이나 뚱땅거릴까 잠시 고민하다가 작년 8월 이후로 건드리지도 않은 베일리스를 냉장고에서 꺼냈다. 마침 딱 한 잔만큼이 남아 있어서 우유에 타 마셨다. 우유는 사실 로레인껀데. 마시면서 박찬서 생각을 했다. 박찬서는 주량이 꽤 되기 때문이다. 박찬서는 나에게 취한 모습을 한 번밖에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그것도 내가 어색한 사람과 택시 뒷좌석에 어색하게 앉아 있을 때). 박찬서는 지난 가을 영화를 찍으며 습관적으로 술을 마셨기 때문이다. 박찬서는 지난 달 내가 자기 집에 놀러갈 때 어머니께 뭐 사다드리지,라고 물었더니 자기가 먹고 싶은 술 이름을 대며 그걸 사오면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과일주... 철현이 생일날 갔던 서면의 한 술집에서 그 술은 꽤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나는 메뉴판을 보면서 또 박찬서 생각을 했었지.
여튼 그렇게, 박찬서 생각을 좀 했다. 그랬더니 자연스레 서울 생각이 났다. 내가 언제쯤이면 그곳을 고른 마음으로 좋아할 수 있을지를 계산했다. 그러다가 침대가 너무 넓지 않나 생각했고. 옆에 사람이 있으면 잠이 잘 올 것 같아서 로레인 옆에서 자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감기 걸린 Genna가 일찍이 로레인 옆에서 자고 싶어 했지만 거절당해서이다. 그 상황에서 내가 로레인 옆에서 잔 걸 Genna가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당연히 토라지잖아. 결국 혼자 침대에 누워 있었다. 잠이 들 때까지 이언 맥큐언Ian McEwan의 소설을 적적하게 읽었다. 읽으면서 잠들지 못하고 책을 끝내게 될까 무서웠다.
그러나 잤다. 썩 많이 잔 건 아니지만 평소보다 잘 잤다. 잘 잤는데, 잘 잤긴 한데 이상한 꿈을 꿨다. 제일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선의 뿌리가 뽑히는 장면. 그 광경 앞에서 난 왠지 울 것 같았다. 구역질처럼 솟는 울음을 참고 선을 다시 화분에 꽂아보다가 가시 때문에 손을 다쳤다. 얇고 촘촘한 가시에 엄지를 찔리면서 아프다고 생각했다. 꿈이지만 꿈임을 인지하지 못했으므로. 피는 안 났지만. 화분을 들고 부엌 싱크대로 가서 수도꼭지를 열고 흙을 물로 한참 적셨다. 선이 자꾸만 쓰러질 것 같아서 나는 꾸역꾸역 선을 흙에 꽂았다. 화분 밑으로 촉촉한 뿌리가 송송 나오는 걸 보았다. 물방울이 맺혀있었고.
(침대는 퀸사이즈인데, 나를 세 명 눕힐 수 있는 크기인데 난 항상 가장자리에 매달려서 잔다. 떨어질 것 같지 않냐고 물었지. 내가 나를 감당할 수 없을까 싶어서 그랬던 건데. 아니 그보다 그래서 뭐 어쩌려고, 내가 도망가다 굴러 떨어질 것 같기라도 하면 직전에 내 어깨를 잡아당겨 나를 안아 주게? 나를 끌어안을 거야? 그러면 우리는 결국에야 그렇게 서로를 온전히 붙들고 잠이 드나? 자꾸만 전화가 오고 사람들이 말을 걸고)
그리고 깼다. 잠에서 깨자마자는 꿈을 기억하지 못한채 이상한 기분의 잔여만을 안고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으로 누워있었다. 자세를 바꾸다가 창가의 선을 보고, 그제야 기억이 나기 시작해서 잠시 놀랐다가 선의 멀쩡한 꼴을 보고 이내 진정하고. 그런데 선인장 뿌리가 원래 그렇게 생겼나, 꿈에서 본 것처럼? 사실 화분을 처음 선물받을 때도 가시에 찔렸었는데, 방금 그 꿈은 그때의 재생이었던 걸까? 헷갈려서 샤워를 했다. 음악이 수증기에 섞였고, 나는 부엌으로 가서 얼린 밥을 데워 도시락을 쌌다.
여튼 그렇게, 박찬서 생각을 좀 했다. 그랬더니 자연스레 서울 생각이 났다. 내가 언제쯤이면 그곳을 고른 마음으로 좋아할 수 있을지를 계산했다. 그러다가 침대가 너무 넓지 않나 생각했고. 옆에 사람이 있으면 잠이 잘 올 것 같아서 로레인 옆에서 자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감기 걸린 Genna가 일찍이 로레인 옆에서 자고 싶어 했지만 거절당해서이다. 그 상황에서 내가 로레인 옆에서 잔 걸 Genna가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당연히 토라지잖아. 결국 혼자 침대에 누워 있었다. 잠이 들 때까지 이언 맥큐언Ian McEwan의 소설을 적적하게 읽었다. 읽으면서 잠들지 못하고 책을 끝내게 될까 무서웠다.
그러나 잤다. 썩 많이 잔 건 아니지만 평소보다 잘 잤다. 잘 잤는데, 잘 잤긴 한데 이상한 꿈을 꿨다. 제일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선의 뿌리가 뽑히는 장면. 그 광경 앞에서 난 왠지 울 것 같았다. 구역질처럼 솟는 울음을 참고 선을 다시 화분에 꽂아보다가 가시 때문에 손을 다쳤다. 얇고 촘촘한 가시에 엄지를 찔리면서 아프다고 생각했다. 꿈이지만 꿈임을 인지하지 못했으므로. 피는 안 났지만. 화분을 들고 부엌 싱크대로 가서 수도꼭지를 열고 흙을 물로 한참 적셨다. 선이 자꾸만 쓰러질 것 같아서 나는 꾸역꾸역 선을 흙에 꽂았다. 화분 밑으로 촉촉한 뿌리가 송송 나오는 걸 보았다. 물방울이 맺혀있었고.
(침대는 퀸사이즈인데, 나를 세 명 눕힐 수 있는 크기인데 난 항상 가장자리에 매달려서 잔다. 떨어질 것 같지 않냐고 물었지. 내가 나를 감당할 수 없을까 싶어서 그랬던 건데. 아니 그보다 그래서 뭐 어쩌려고, 내가 도망가다 굴러 떨어질 것 같기라도 하면 직전에 내 어깨를 잡아당겨 나를 안아 주게? 나를 끌어안을 거야? 그러면 우리는 결국에야 그렇게 서로를 온전히 붙들고 잠이 드나? 자꾸만 전화가 오고 사람들이 말을 걸고)
그리고 깼다. 잠에서 깨자마자는 꿈을 기억하지 못한채 이상한 기분의 잔여만을 안고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으로 누워있었다. 자세를 바꾸다가 창가의 선을 보고, 그제야 기억이 나기 시작해서 잠시 놀랐다가 선의 멀쩡한 꼴을 보고 이내 진정하고. 그런데 선인장 뿌리가 원래 그렇게 생겼나, 꿈에서 본 것처럼? 사실 화분을 처음 선물받을 때도 가시에 찔렸었는데, 방금 그 꿈은 그때의 재생이었던 걸까? 헷갈려서 샤워를 했다. 음악이 수증기에 섞였고, 나는 부엌으로 가서 얼린 밥을 데워 도시락을 쌌다.
그냥 그랬다. 살짝 서글펐던 마음은 곧 상승곡선을 탔다. 실험실에 갔더니 새 컴퓨터가 생겨서 신났었고 점심 시간에는 박사님이 오늘 일 많이 시키실 거라며 생선 튀긴 걸 밥 위에 올려주셔서 신났었고(개강 이후 첫 해산물이라니) 저녁 즈음에는 내 프로젝트가 생겨서 신났었거든. 사실 마지막 부분을 제일 신나했어야 하지만 그때 난 표시 안나게 지쳐있었고. 더 신난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체력이 벌써 바닥이야? 그런데 잠드는 건 왜 이렇게 힘들어? 어쨌든 다시 하강.
그러니까... 내 난처함이 귀엽다며 웃지 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