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돛단배
도착한 날 밤에는 비와 우박과 천둥과 번개
chloed
2012. 1. 19. 14:00
/ Miami Horror - Sometimes /
도착한 날 밤에는 비와 우박과 천둥과 번개 같은 것들이 달려나왔고 급기야 토네이도 경보도 두 번 울렸다. 나는 시차 때문에 뜬눈으로 이불 아래서 뒤척이다가 두 번째 경보에 일어나 지하실로 내려갔고, 어둠 속에서 경보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토네이도가 집을 뚫고 전진하는 상상을 했다. 내 방으로 다시 올라갔을 때는 새벽 세 시였다. 다시 누웠는데, 무서웠다. 개강날에는 다들 날씨 얘기였다. Chelsea는 울었다고 했고 성우는 우박 소리를 들으며 그냥 잤다고 했다. 내가 이 학교에서 본 철학 교수 중 가장 예쁜 여교수가 환하게 웃으며 날씨 별로 나쁘지 않다고 말했고 다들 말이 없을 때 교수와 안면이 있는 친구는 내 옆에서 저 교수 위스콘신 출신이라며 키득거렸다.
한 달 동안 버려졌던 방은 너무 넓고 춥고 물건들로 넘친다. 훈기를 불어넣고 싶은데 혼자서는 힘이 든다.
한 달 동안 버려졌던 방은 너무 넓고 춥고 물건들로 넘친다. 훈기를 불어넣고 싶은데 혼자서는 힘이 든다.
마지막 학기라 부/전공과 무관하면서도 재미있는 수업을 하나 정도는 듣고 싶어서 과학철학Philosophy of Science과 세계의 예술 영화Global Art Cinema 중에 고민하다 후자를 듣기로 했다. 사실 예상보다 몹시 망설였는데, 개강날부터 있었던 스크리닝에 갔더니 다수에게서 '척' 할 것 같은pretentious 분위기가 물씬 풍겨서였다. 생리적 경멸이 끓으려는 걸 삼키듯 참았다. 원래 이런 건가, 지난 번 수업은 괜찮았는데. 시나리오 수업에 들어가지 못해 슬퍼하고 있던, 안면이 있는 소포모어를 내가 듣는 수업으로 오라고 설득하는 데에 성공했으므로 그나마 좀 낫지 않을까. 상부상조.
시차적응이 덜 되어서 자꾸만 꿈을 꾼다. 꿈은 진짜 같고 꿈이 아닌 것이 가짜 같다. 감기약을 과다복용한 것처럼 몽롱한 상태로 고르지 않은 숨을 내쉬며 사람들 사이에 앉아있는 것이다. 어제는 아파트 계단을 오르다가 북쪽으로 끌려가는 이상한 꿈을 꾸고는 놀라서 깼다. 나는 여름에 들어야할 것만 같은 노래들만 계속 듣다가, 거칠어지는 손등에 치덕치덕 로션을 바른다. 길을 걸을 때마다 나는 혼자가 아닌 것 같아서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내 뒤에는 살얼음과 나뭇가지 그리고 페인트가 벗겨진 바닥, 뭐 그런 것들이 있다.
시차적응이 덜 되어서 자꾸만 꿈을 꾼다. 꿈은 진짜 같고 꿈이 아닌 것이 가짜 같다. 감기약을 과다복용한 것처럼 몽롱한 상태로 고르지 않은 숨을 내쉬며 사람들 사이에 앉아있는 것이다. 어제는 아파트 계단을 오르다가 북쪽으로 끌려가는 이상한 꿈을 꾸고는 놀라서 깼다. 나는 여름에 들어야할 것만 같은 노래들만 계속 듣다가, 거칠어지는 손등에 치덕치덕 로션을 바른다. 길을 걸을 때마다 나는 혼자가 아닌 것 같아서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내 뒤에는 살얼음과 나뭇가지 그리고 페인트가 벗겨진 바닥, 뭐 그런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