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돛단배

동생이 새벽에 떠났다 나는 문을 잠그고 다시

chloed 2011. 9. 10. 15:25



/ Neon Indian - Psychic Chasms /


동생이 새벽에 떠났다. 나는 문을 잠그고 다시 잤다. 몇 시간 후 학교에 가다가 카페에서 공짜 커피를 받았다. 지난 달에 취직한 알바생이 커피를 뽑고 있었다. 인상이 무섭다고 생각했던 사내아이.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뭐해, 전공이 뭐야, 재미있겠네, 오늘 비 와서 별로지. 말투와 목소리가 생긴 것처럼 건조했다. 커피를 마셔도, 불연속적인 수면은 나를 가벼운 수면욕에 종일 시달리게 했다.

실험 수업은 재미있지만, 같은 벤치를 쓰는 아이들 사이의 긴장감이 영 별로다. 여자애 두 명은 청일점인 남자애의 호들갑을 비웃고, 그 남자애는 낮은 목소리로 그들의 낮은 정신연령을 논한다. 나는 할 말도 할 일도 없다. 다들 조금씩만 양보했으면 하는 마음 뿐이다. 마음은 마음에 불과하므로 적당히 따라 웃고, 적당히 난처해한다. 어차피 나는 항상 적당하게 어중간하다. 혹은 어중간하게 적당하던지. 내일 아침에도 실험 수업이 있고, 교수님은 주말에 수업 듣는 우리가 불쌍한지 바나나와 도너츠 등을 잔뜩 챙겨주신다. 내일도 끼리끼리 으르렁대면 나는 복도로 나와 도너츠나 집어 먹겠다.

며칠 전부터 부쩍 쌀쌀해졌다. 이제는 자다가 수면양말을 벗는 일이 없다. 화씨 백 도를 쉽게 넘던 날들이 거짓말같다. 상상한다. 네가 그 말을 하기까지 망설였을 횟수, 그리고 네 기억이 가진 자의성의 농도. 둘 다 영(0)에 가깝겠다. 나 역시 그랬으리라는 뻔한 믿음에 안도한다. 친구의 악의 없는 질문에, 나는 느린 속도로 불쾌해졌다. 눈물을 강요하는 비루한 신파보다 몇 배는 더 고약한 건 반가움을 강요받는 일. 그러나 너와 살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잠시였지만 분명히 있어주었다. 아마도 우리는 다시는 사석에서 만나지 못할 것이다. 이 생각은 오랜 세월 가늘게 지속되었다. 반증 또한 오래도록 없어왔다. 처음 만난 이에게 너의 안부를 묻기 직전까지 갔다. 이걸 보렴, 아직도 엉망으로 푸른 내가 간혹 있단다.

네가 나를 수집하는 빈도를 계산하겠다. 또한 거의 추워지리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