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돛단배

밥 먹자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긴다 학기

chloed 2011. 8. 22. 15:51



/ 시와무지개 - 놀이공원 /




밥 먹자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긴다. 학기 시작이 일주일 정도 남아서 학교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남아있는 음식도 많은데, 자꾸만 저녁 약속이 잡힌다. 점심 먹자는 사람들은 실험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절한다. 내일 점심 도시락으로는 저녁에 찬수와 먹다가 남긴 피자를 가져갈 생각이다. 찬수는 고생 끝에 내가 사는 곳으로 놀러 와서는, 의외로 많은 얘기를 했다는 걸 제외하고는 특별히 한 일도 없이 내일 떠난다. 찬수는 오늘 아침 나를 따라 팔 년 만에 성당에 갔고, 우리는 조금 전 이태석 신부님에 관한 영화를 같이 보았다. 원래 영화가 끝나자마자 씻고 잘 생각이었는데 쉽게 잠들 수 없다. 영화가 슬퍼서인지, 주말이 끝나는 게 아쉬워서인지, 찬수가 영화 중간 욕을 하며 죽인 지네 생각에 무서워서인지, 이유는 모른다. 내일 아침 일어나면 좀 더 일찍 잘 걸, 하며 후회할 거다. 누워서 책 읽으면 아마 졸릴 것 같다. 알랭 바디우Alain Badiou 책을 끝내기 힘들다. 두껍지도 않은데 끝에서 맴돌고만 있다. 원래 자기 전에는 icelandic dream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두고 알아들을 수 없는 서늘한 언어를 자장가라 생각하며 무채색의 아이슬란드 꿈을 꾸길 소망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 그렇게 잠이 들면 이상하게도 항상 험한 피범벅 꿈만 꾸고 일어나서 음악 틀고 잠드는 걸 관두었다. 허전하지만 그럭저럭 잘 만 하다. 이제 월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