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돛단배

이틀 연속 블로그에 글을 쓰는 흔치 않은

chloed 2011. 3. 27. 18:09



/ Kleerup - Until We Bleed (feat. Lykke Li) /


이틀 연속 블로그에 글을 쓰는 흔치 않은 행동을 하는 건, 아까 이른 밤에 의도치 않게 두 시간 자버려서 지금 안 자고(혹은 못 자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랑 영상통화를 하고 난 뒤에 분명히 세탁을 하러 가려고 했는데, 10분만 누워 있어야지, 음악 크게 틀어 놓으면 잠들지는 않을 거야, 하며 침대에 누웠다가 두 시간이 꼬박 지나서야 깼다. 그것도 정연이가 방으로 돌아오는 소리에. 밥을 먹은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이 들어서인지 속이 쓰렸다. 벌떡 일어나서 세탁기를 돌리고 방 청소를 하고 책상 정리도 싹 했다. 그리고 지금은 스페인어 시험 공부를 한다. 아직도 속이 쓰리다. 아니면 배가 고파진 건지.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별 무리 없겠지.

생각해보니 아까 그 두 시간 자면서는 꿈을 안 꿨다. 요새 꿈이 좀 늘었는데, 꿈을 꿀 때마다 재미로 인터넷 꿈 해몽을 찾아본다. 얼마 전에는 지하실로 내려가면서 먼지를 먹는 꿈을 꿔서 찾아봤더니 지하실로 내려가는 건 어떤 연구기관 같은 곳에서 일하게 된다는 암시라고 하고, 먼지를 먹는 건 재물이 들어온다고 하길래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오늘 다시 생각해보니 재물은 이번 주에 하게 된 단기과외 때문에 들어오는 과외비를 얘기하는 거였나 싶고, 지하실은 덕분에 어제 실험실에서 일곱 시간 동안 얼씨구나 꼼짝도 못 하고 낑낑대면서 실험했던 걸 암시하는 거였나 싶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오늘은 또 무슨 꿈을 꿀지.



찬서 민서 두준 수화가 한꺼번에 왔다가 다시 또 한꺼번에 떠나서 마음이 헛헛할까봐 걱정했는데, 그것도 끽해야 하루 이틀 정도였고 다시 미칠듯이 바빠지는 일상에 마음이 빌 틈이 없어서 외로움과 공허함이 덜하다. 다행인건가 싶기도 하고. 음. 좀 전에 나영이가 쓴 글을 보고 공감이 되어서 가슴이 철렁했던 게, 이제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자주 한다는 이야기가 "우리 모두 잘 돼야 해"라는 거라고. 안 그러면 나중에 더 어른이 되었을 때 서로 만나기 힘들테니까. 씁쓸하지만 맞는 말이다. 나는 너네를 나중에 웃으면서 만나기 위해서라도 잘 되어야 해, 실패하지 않아야 해. 그러니까 이 험한 세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아등바등 노력할게. 과외 받는 학생에게 그저께 진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곳의 자원은 제한되어 있는데 거기에 덤벼드는 개체 수는 너무 많아서 결국 더 잘난 애들만 살아남지. 믿기도 힘들고 인정하기도 힘들지만 그게 결국 현실이겠지. 따라서 도태되지 않아야지, 후에 소중한 너네에게 떳떳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