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돛단배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되는 일주일

chloed 2011. 3. 14. 14:56



/ The Notwist - Consequences /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되는 일주일 정도가 지나고 봄방학을 맞아서 아, 비로소 봄이 오는구나 했는데 지금 내리는 비가 눈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한다. 수요일 정도까지는 추적추적한 날씨겠다. 방학이라고 다들 어디로 어디로 부지런히 떠나는데 난 여기 한적한 세인트루이스에 남아서 역시나 여기에 남아있는 아이들과 밥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고 하면서 느릿느릿 시간을 보내고, 혼자 있을 때는 음악을 있는대로 크게 틀어두고 책을 읽거나 세탁을 하거나 손빨래를 하거나 방 청소를 하면서 찬서 두준 수화를 기다린다. 두준이랑 수화는 금요일 밤 언제언제 도착하겠노라고 연락이 왔는데, 목요일에 오겠다는 찬서는 기말고사 때문에 바빠서 그런지 문자 답장도 없다. 천사 찬서 정확시 몇 시에 오는지 말 좀 해줘! 널 마중나갈 수 있게... 흑.

작년 봄방학에는 Chelsea 집에 가서 플로리다 햇살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충실히 잠만 잤던 것 같은데 이번 방학에는 생각보다 잠은 많이 안 자는 것 같다. 목숨 부지할 정도로 자던 것이 그새 버릇이 됐는지 자꾸만 수업에 늦었나 싶어서 새벽에 놀라서 깬다. 더군다나 내일부터는 사흘 정도 실험실에 나간다. 여름처럼 9시 출근 5시 퇴근은 아니겠지만 (...설마) 자유를 장담할 수는 없지. research proposal(연구 제안서?) 때문에 교수님이랑 정말이지, 영화를 한 편 찍었는데 그 이후로는 교수님한테 찍소리도 못 하겠다, 아... 그래도 이번에 참 많이 배웠다. 요만큼이나마 성장한 기분이다.

그래도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났더니 마음에 여유가 좀 붙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드디어 마음이 가라앉는 기분이다. 낮은 마음. 혓바늘만 없어지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