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돛단배

오늘 갑자기 또 추워졌다고 코트를 꺼내 입고

chloed 2011. 2. 23. 09:05


/ 오지은과 늑대들 - 없었으면 좋았을걸 /


오늘 갑자기 또 추워졌다고 코트를 꺼내 입고 돌아다니는 내내 손을 비비고 발을 동동거렸는데 사실 난 이런 날씨가 좋다. 이 정도로 바람 부는 날에 이 정도 기온의 하늘이 차가운 얼굴을 하고 구름 없이 해만 하나 띄우고 있으면, 그리고 그 해가 눈부시게 부서지고 있으면 그건 내가 내 영화 속에서 그토록 몰래 그리던 풍경이다. 특히 이런 날씨에 오후 다섯 시 쯤, 음악을 들으면서 학교에서 집 쪽으로 걸어가는 길은 너무 즐겁다. 하늘이 옅은 하늘색 주황색 노란색 온갖 색과 각도로 빛난다. 그림자가 길어진다. 비로소 해를 잠시나마 똑바로 쳐다볼 수 있다. 눈에 잔상이 초록색으로 파란색으로 오래도록 남는다. 눈이 부시다. 그야말로 평화다.

세포 생물학 시험이 끝났고, 목요일에는 세미나에서 발표를 한다. 논문을 읽자. 그리고 내일까지 스페인어 에세이를 고쳐서 낸다. 다음 주에는 스페인어 시험과 인지심리학 시험. 하지만 이 정도 하늘이 계속되면, 뭐든 좋아.



오늘 점심 먹을 때 태환이가 폴라로이드를 (자랑한답시고) 찍어줬는데 플래쉬 때문에 너무 밝게 나왔다. 으르렁, 달걀 귀신! 난 유령처럼 흐려지고 옅어질거다. 당신이 날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