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돛단배

피곤해서인지 점점 나이를 먹어가서인지 요새 꽤 anti-fun이

chloed 2010. 11. 2. 15:37



/ Casiotone for the Painfully Alone - Toby, Take a Bow /


피곤해서인지 점점 나이를 먹어가서인지 요새 꽤 anti-fun이 된 클로이 양은 할로윈 주말을 그냥 집에서 쉬면서 보냈습니다. 정말, 금요일 밤에 Anna가 졸라서 Kappa Sig에 잠시 갔던 걸 제외하면 별일 없이 주말을 보냈다. 그나마 할로윈 분위기라도 내보려고 서은이랑 영경 언니랑 <Paranormal Activity 2>를 보러갈까 했으나 서은이가 너무 겁을 먹어서 포기. 원래부터 나한테 할로윈이 딱히 와닿는 "명절"도 아니었고, 제일 결정적으로 지난 주에 할 일이 분에 넘치게 많았어서 할로윈 복장 같은 거 생각할 여유도 없었기에 그냥 얌전히 있기로 마음먹었다. 방 애들이 분장을 하고 떠들썩하게 퇴장을 한 토요일 밤에 나 홀로 집에 남아 음악을 크게 틀어두고 달걀장조림과 시금치무침을 만들고 방 청소를 하고. 날도 확실히 추워졌고 해서 옷장 정리도 하고 스페인어 숙제를 했다.

땡스기빙에는 세인트루이스에 남기로 약 80% 정도 마음을 먹었고 여기서 차도 없고 사람들도 없이 뭘 할지 고민 중이다. 서은이가 남을 수도 있다고 해서 아주 적적하지는 않을 것 같다. 뉴욕도 가고 싶었지만 잘 곳이 궁했고 동생 보러 캘리도 가고 싶었지만 내년 봄에 갈 거라고 생각하니 또 가기 뭣하고 시카고를 갈까하니 너무 자주 가는 것 같고 - 또 생각해보면 거기도 이제 잘 곳이 없다! Chelsea가 또 플로리다 자기 집으로 오라고 했지만 왠지 이런 명절은 가족들끼리 단란하게 보내야 맞는 것 같은데, 얜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가서 덥썩 껴있기가 좀 그랬다. 더군다가 Chelsea 집을 일 년에 두 번이나 가다니...  아니 이거 우리 집보다 더 자주 가잖아!

그리고 요새 너무 피곤하고 지치고 그냥 마음 편히 푹 좀 자고 싶은데 그럴려면 어디 안 가고 남는 것이 현명하겠다 싶었다. 잠 푹 자고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요리도 하고 동물원도 (열면) 가보고 땡스기빙 저녁도 먹고 하면 수목은 금방 가겠고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 가면(이라고 해봤자 갤러리아지만) 금요일도 금방 가겠고 주말이야 뭐 간간히 공부도 좀 하고 잠도 자고 하면서 휘적휘적 잘 보낼 것 같고. 보고 싶은 영화 읽고 싶은 책이 산더미인데 잘 됐다고 생각해야겠다. 다만 소행성 모임이 파탄나버려서 아쉽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빠질 때만 해도 난 분명 뉴욕에 가겠거니 했는데 정말로 안 가게 될 줄이야.

그래도 이번 겨울에 한국에 들어가면 제주도에 간다! 한국에 가면 나의 꼬질꼬질 폐인 모습을 좀 씻어올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