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돛단배

어제 오늘 이틀 연속으로 날씨가 환상적이었고 열심히

chloed 2010. 6. 30. 14:35



/ Andy McKee - Drifting /


어제 오늘 이틀 연속으로 날씨가 환상적이었고, 열심히 일해서 보람도 있었고, 맛있는 저녁을 먹었고, 진환이랑 토토를 데리고 (말이 산책이지만 건물 앞에 나가서 서성거리는 것이 고작인) 산책을 나갔고, 음악을 들었고, 마음이 여유로웠다. 빨리 읽어버리려던 책은 아직도 다 못 읽어서 반납을 미뤘고 운동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만족스럽게 풍요롭다. 내일은 운동도 하고 책도 최대한 많이 읽어야지.

포르투갈 대 스페인 축구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점심을 먹으면서 Alex는 왠지 스페인이 이길 것 같지만, 굳이 랩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서 교수님과 교수님 남편의 고조된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랬는데 Phil이 일하던 도중 수업을 들으러 가기 전에 농담 반 진심 반의 억양으로 교수님에게 오늘, 스페인이 이길 것 같지 않나요? 으헤헤 농담이에요!라고 했고, 식겁해서 너 뭐라는거야! 라고 하는 나와 Alex를 보며 교수님은 별로 괜찮지 않은 표정으로 (그래도 웃으며) 괜찮다고 하시고는 - 그 자리에 교수님 남편이 없었던 게 다행이다 - 집에서 편하게 경기를 보기 위해서 남편이랑 같이 일찍 퇴근했다.
나는 포토샵으로 FISH 현미경 사진 보정 및 컬러링을 하면서 Alex와 함께 인터넷으로 축구를 봤다. 그런데 진짜로 스페인이 이겨버렸으니 내일 아침 교수님이 Phil에게 한마디를 하실까 안 하실까...

그나저나 스페인과 포르투갈, 두 팀 모두 정말 막상막하였어서 축구에 별 관심도 지식도 없는 내가 봐도 대단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경기가 재미있었다. 내심 포르투갈이 이기길 바라고 있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포르투갈 골키퍼가 우는데 좀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난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우리가 8년 전에 그 두 팀을 어떻게 이기고 4강에 갔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 어쨌거나 나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팀들은 다들 8강에 진출 못 해서, 앞으로는 경기를 별로 볼 일이 없지 싶다.

아까 애들이랑 저녁을 먹고 돌아와 - 한참 전에 세인트루이스에 온 현민이를 오늘에서야 볼 수 있었다. 드디어! - 무슨 영화를 볼까 하고 기정이랑 웹하드를 뒤적거리는 도중에 뒤에서 정환이가 기타로 McKee 아저씨의 Drifting을 연주했다. 듣고 있으니 마음이 행복해졌다. 집에 기타 잘 치는 애가 한 명 있으니 이렇게 종종 좋은 음악도 듣고 아주 바람직하다. 비록 나에게 기타 연습을 크로마틱부터 빡세게 시켜서 문제(?)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