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할 일도 없는데, 눅눅한 기분이 든다고 괜히 혜빈이에게 말해버렸던 나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언니네 이발관 노래를 계속 틀어놔서일까? 어젯밤 그 언젠가의 가열찬 마음과 비슷한 기분으로 플래너 상단에 "가열차게"라고 적긴 했고, 오늘은 수업 첫날답게 캠퍼스는 평소보다 곱절로 활기가 넘쳤고 날씨도 더울 정도로 좋았는데, 다만 모든게 다소 정신없이 지나갔다 - 언제는 뭐 안 그랬던 것 마냥. 그래도 수업들은 그럭저럭 괜찮으니까 만족했다고 해두자. (아니, 지금은 만족하고 말고를 논할 때가 아닐지도 몰라.)
여름학기 들었던 애들이 대부분 동의했던 말이기는 하지만, 뭔가 방학 끝 수업 시작!의 기분이라기보다는 학교의 연장이라는 기분이 든다. 이번 여름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이 있나 손꼽아보기도 민망하다. 그러고보면 나는 여름 내내 요만큼도 성장하지 않았다. 요만큼도! 한 계절 헛 보냈네. 안녕, 2009년 여름.
하지만 나는 어쩌면 언제까지고 열여덟에 멈춰있고 싶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