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한 시간 정도 나게 된 쉬는 시간. 피곤하기도 해서 잠깐 낮잠을 자는게 가장 경제적이었겠지만 그냥 빈둥거려버렸다, 그랬더니 어느새 나가기 20분 전이 되어버렸네. 좀 귀찮더라도 방이라도 치울 걸, 싶다. 그러고보니 방 정리가 어느새 태산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막막하다. 큰일이군! 조금 있으면 다시 나가봐야 하니까, 오늘 밤에라도 어떻게든 꼭 치우고 자야 마음이 편할거야.
학교 뒤에 있는, 먹자골목 정도 되는 Loop에 가면 Tivoli라는 아주 오래된 영화관이 있다. 스크린도 작고 표도 9달러로 싼 편이 아니고 상영하는 영화도 몇 개 되지 않지만, 걸어갈 수 있을 만큼 학교에서 제일 가까운 영화관이기도 하고 다른 영화관에서는 상영하지 않는 영화들을 많이 걸기 때문에 가볼 만한 곳이다. 지금은 <벼랑 위의 포뇨>가 <Ponyo>라는 이름으로 상영되고 있고, 다음 달에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영어 제목 <Thirst>를 걸고 상영된다. 내 키만한 포스터 앞에서 영화 소개글을 읽고 있던 어떤 할머니는 자기가 참 좋아하는 감독이라면서 빨리 이 영화 보고 싶다, 라고 말했다.
어제 저녁을 먹고 난 후에 Tivoli에 가서 <500 Days of Summer>를 봤고 (영화와는 아마도 반대로) 매우 사랑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아무도 보고 싶은 사람이 없으면 혼자서 보려고 했는데 다행히 몇 명이 보고 싶어해서 여럿이 앉아 봤다. 같이 보러간 애들이 좀 앞쪽에 앉아서 보고 싶어하는 바람에 스크린을 올려다보느라 목은 조금 아팠지만 여름 같은 음악도 귀에서 맹글맹글거리는게 좋았고 나는 어째서인지 입가에 걸리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지.
여름 언제부터인가 다시 깨물기 시작한 손톱은 이제서야 자라기 시작했다. 빨리 원상복귀 되었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