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 다녀왔다. 세인트루이스가 "대도시"라는 그른 정보 속에서 '이게 정말로 대도시라면 미국은 참으로 안구에 습기 차는 나라구나'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진귀한 경험이 되었다. 사실 세인트루이스도 그리 나쁘지 않은 곳이다. 다만 지금보다는 예전에 더 번화했던 도시여서 그 빛이 바랠 뿐. 다시 말해 시카고는 멋진 곳이었다. 사실 도시를 구경다니기 보다는 모인 애들이랑 먹고 얘기하고 먹고 먹고 얘기하고 먹고 먹었던 시간이 더 길었지만 어쨌거나 멋진 도시였음에는 틀림이 없다. 앞으로도 중부 모임을 시카고 등지에서 열어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물론 세인트루이스에 와도 대환영이다. 아, 다만 구경거리는 시카고보다 당연히 열세다.
시카고 모임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 준 신이, 수화, 용호에게 무한한 감사를! 시카고에서 찍은 사진들은 나중에 신이와 소민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합쳐서 포스팅하고자 한다.
시카고에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잘 먹고 잘 놀고 즐거움을 가득 안고서 세인트루이스로 돌아와보니 처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 사실 나는 시카고에서 아무 생각 없이 이메일 체크를 하다가 Bio 112 총괄 교수가 보낸, "여러분이 final report를 12월 8일 정오까지 제출해야 할 것임을 알려드린다. 첨부한 문서 읽고 뭐 알아서 잘들 해 봐라. 그리고 Thanksgiving 잘 보내삼!" 뭐 대충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읽고 잠시 우울해졌다. 세미나 수업이라서 기말고사 대신 리포트를 제출하는 거라 기말고사 기간에는 부담이 덜 하기는 하지만 문제는 12월 8일까지 Writing 1 파이널 리포트도 내야된다는 거다. 아니, 이 사람들이 작당하고 나를 고문하려고... 더군다나 12월 8일은 우리 엄마 생신인데 나는 당일 오전까지는 내가 원래 기뻐해야 할 만큼 못 기뻐하게 되었다. 나쁜 과제물들.
우리 학교 Thanksgiving break은 다음 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총 5일인데 화요일에 하나 있는 화학 실험이 지난 주로 끝이 나서 나는 화요일부터(혹은 월요일 밤부터) 쉬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휴일이 남들보다 하루 늘었다고 해서 별로 좋아할 일도 아닌 것이, 다음 주 화요일에 chem111A 세 번째 exam이 있어서 휴일 내내 압박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 솔직히 우리 학교 화학과는 정말 악마 같다. 그런데 아까 제임스가 bio2970은 다음 주 월요일, 그러니까 break 끝나자마자 바로 exam이 있다고 했다. 이러고 보면 생물과가 더 악마 같다. 그리고 나는 저런 생물과와 다음 학기부터 대면하게 된다. 맙소사.
아, 농구하고 싶다.(근데 피곤해.) 시카고 또 가고 싶다.(CHICAGO BABY!) 어그 부츠 사고 싶다.(엄마 멀쩡한 거 왜 버렸어!) 야구 보고 싶다.(다음 시즌 빨리 컴온!) 빨리 파이널 리포트 다 끝내버리고 싶다.(그리고 점수도 잘 받고 싶다.) 일단 제일 먼저 있는 화학 시험 잘 치고 싶다.(이 놈의 화학..) 한국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