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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라고 쓰려다, 너무 엄살 같아서 지운다"



-- 유하 '당신' 부분











편두통과 위통을 등가교환하고 앓아 누웠다. 엑세드린을 한 통 새로 사야한다. 예전처럼 존경하기는 힘든 사람은 자꾸만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 그걸 견디다 보면 시간이 움푹 파이고, 그걸 어떻게 감당하면 좋을지를 고민해본다. 잠에 숭숭 구멍이 뚫린다.


계단을 건반 짚듯 내려가면서, 좋아하던 많은 것들이 좋아했던 것들이 되어버린 것을 확인했다. 어쩌자고 한눈을 팔았다. 나 자신을 줄줄 싫어하고 있을 무렵 남들의 괜찮아 안 다쳤어?에 울컥하게 되는 경로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괴로워하고 있는 나에게 큰 의미 부여하지 말라고 했다. "그치만 의미 안 두기 왜 이렇게 힘들지?" "타고나길 스토리텔러라서 그래."


나뿐만 아니라, 상관 없는 두 사건의 개연성을 들먹이는 건 진화론적 관점에선 우리 모두의 본능이란다. 왜, 하필, 어째서, 등등을 따질 시간을 줄여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낡아버린 이론일지도 몰라. 수렵 채집 사회도 아니고 생존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아무리 그렇게 용써봤자 개연성은 본능처럼 힘차게 샘물 솟는다. 빼곡해야할 애꿎은 가독성만 대신 양손 가득 틀어쥐고 풀 뜯고 있지만,


너 같은 마음가짐이 원래 더 자연스러운 것 아니야? 들판을 헤집다 마침내 보석을 찾은 것처럼 탄성 지르는 사람에게 보석도 아닌 제가 그거 보석 아니라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요?


찍고 싶었던 사진은 못 찍었고, 일기에 적겠다고 다짐했던 일은 전화를 끊자마자 뭐였는지 잊었다. 보고 싶기 때문에 봐야한다. 알고 있다. 그건 창문처럼 투명하고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동시에 종종 그게 어느 쪽으로든 되질 않았다. 순식간도 아니면서 많은 걸 망쳐왔다. 그러나 작고 큰 운하, 입김 또는 연기. 도착한 글자 위로 그림자가 질 때까지 우두커니 손에 들고 있었다. 망칠 것이 얼마나 또 많이 남았지? 촉구할 자신이 없다. 비밀인데, 때문에 나는 다정한 영원을 살고 싶기도 했어. 그 모든 게 소중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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