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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one more time with feeling





마지막에 묵었던 숙소의 호스트는 뒤늦게 연락해, 생각해보니 깜빡하고 수건을 주지 않았다며 미안해했다. 다음에 또 놀러오라고, 그럼 그때는 더 싼 방값에 수건도 각자 다섯 장씩 주겠다고. 그 숙소는 친구들이 대학원을 다녔던 차분한 도시에 있었는데, 걔네들이 나에게 굳이 가보라고 하길래 별 생각 없이 들렀던 곳이다. 고맙다고, 좋은 새해 맞이하라고 답장을 보냈다. 거기에 다시 갈 일 아마도 없겠지만,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자,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나를 보고 표정이 좋아졌다고 한다.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꽤 오래 걸렸고, 새해 첫날 말고는 푹 잔 적이 없어서 벌써 조금 지쳤는데도. 그저 덕담일까. 작년 마지막 날 탄 기차 안에서 본 새해 운세처럼, 그냥 일 없이 좋은 말들 뿐일까. 첫 실험부터 대차게 말아먹고 짐을 챙기며 생각했다. 매년 나에게는 뻔할 정도로 좋은 말만 있고, 나는 인터넷 창을 닫으며 좋은 말은 됐으니 좋은 일이나 있었으면 좋겠네, 한다. 그리고 나의 이런 발언은 누군가에게는 조용히 상처가 된다("좋았던 거 아니었어?").


일찍 끝난 잠의 끝을 잡고 뒤척이는 와중에는 눈을 감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나는 안개를 먹은 사람처럼 자꾸만 말이 짧아진다.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천성이 이래서다. 다만 모든 뜻밖에서 완전한 환희가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덕분에, 아득함에 숨이 막힐 때마다 그 지식 하나로 나의 가운데에 삽관을 한다. 몸에서 공기가 빠진다. 그러니까 한 번만 더, 매번 한 번만 더


정말 새가 되고 싶어요?


그럼, 그렇게 해요.



+ brandon can't dance - bathroom cigarettes (feat. chloe sier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