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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The third day we met you gave me all your secrets until I held an ocean in a cradle."



-- From The Order In Which Things Are Broken by Desirée Alvarez











생일의 첫 자정은 어두운 주유소에서 바람 빠진 타이어에 공기를 넣으며 맞았고, 생일의 끝 자정은 진토닉을 마시며 맞았다. 두 자정의 중간에서, 좋아하는(좋아했던?) 작가가 11년 만에 새로운 소설을 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가 이혼했다는 사실은 기사를 읽다가 늦게나마 알았다. 생일 선물을 뜯는 기분으로 사전 같은 책을 열었다. 책에 따르면, 유대교 속담에는 "행복을 좇다가 만족에서 멀어진다while we pursue happiness we flee from contentment"라는 말이 있단다. 행복과 만족을 구분해 생각한 적이 드물다. 그러나 나는 종종 행복하니? 묻곤 하지만 만족하니? 묻지는 않는다. 만족을 너무 당연하게 여겨온 것 같다. 선선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생각한다. 여름이 특히 뜨거웠던 만큼 가을이 조금 일찍 오나 싶다. 그러나 그 사이의 날씨가 며칠 정도 굉장히 좋지 않았고, 사람들은 기압 변화에 자꾸 머리 아파했다. 다른 도시에서 친구가 타고 와야하는 비행기 이륙시간은 늦어질대로 늦어졌다. 지친 나는 쪽잠을 자다가 새벽 한 시 경 도착한 그를 조금은 불만 어린 마음으로 데리러 가며, 작년 연말의 내가 끝없는 비행기 연착으로 새벽 세 시 가까이 되어 이 도시로 돌아왔을 때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새벽을 뚫고 운전해 공항으로 나를 데리러 왔던 사람이 나를 정말 좋아하던 거였구나, 뒤늦게 생각했다. 그 때 그는 괜찮아 우버 부르지 마 내가 갈게 나 안 졸려, 자꾸 그렇게 말했다. 이미 늦었다. 사실 늦지 않은 것 같지만, 늦어버린 척 한다. 그러면 끝날 일이다. 입담 좋은 차 수리공은 빨간 코를 훌쩍이며, 내가 연거푸 바람을 넣던 뒷 타이어에 구멍이 두 개 나 있었다고 했다. 더 늦었으면 큰일났겠어요, 어쩌면 터졌을지도. 어쩐지 계속해서 바람이 빠지더라니, 어떻게 그 거리를 주저앉지 않고 운전했는지 모를 일이다. 타이어 교체를 기다리며 랩탑으로 일을 했다. 늦지 않게 일 마감을 했다. 친구의 어깨에 얼굴 묻고 울었을 때 그가 입고 있던 옷은 하필 그 날 새로 산 옷이어서, 흥건한 마스카라 자국이 미안했다.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알아요, 말뿐이었던 걸 알아요. 하지만 그 속에서, 영영 잃었다고 생각했던 사진을 되찾기도 한다. 물비늘이라는 단어를 너무 오랜만에 들었다. 그건 마치 기억처럼 시차를 두고 반짝인다. 그렇다면 만일을 대비해 계속해서 말을 쏟아내야지. 물처럼 엎지르고 본다. 그 바다에서 나는 잃고 찾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도시의 방구석에 숨어 지도를 뒤지던 사람의 마음을, 당시에는 사실 조금 한심하게 여기기도 했지만, 이제는 가만히 이해한다. 찾고말 작정이었겠지. 마감할 일이 하나 더 남았고, 늦지 않을 자신이 없다. 일을 늦게 받은 거지만, 감히 할 말이 없다. 자꾸만 작년을, 그리고 다가올 연말을 생각한다. 여러 가지의 지도를 들여다보며, 내가 나의 나이보다 느리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나쁘지는 않지만 그리고 불만도 딱히 없지만 나는 내가 살지 못한 시간이 여전히 괴롭고, 가보지도 못한 곳이 자꾸만 그립고,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냐고 소리치고 싶고, 과연 다시 그처럼 아득해질 수 있긴 한지, 결국에는 실측할 수 있을지, 언젠가 듣게 될 소식처럼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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