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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존재

72.02비트


너의 기억은 언제나와 같이 '불현듯'이다. 뜸한 주기로 반복되는 그 일상(이라면 일상)에 나는 이제 더이상 놀라지도 의아해하지도 않는다. 슬퍼하지도 못 한다. 슬퍼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다.

내가 어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침대에 누워 생각한 것은 어째서 너는 나에게서 절대 눈물로 솟아나는 법이 없는가였다. 중요한 순간마다 너는 내 온몸의 세포를 잠식할 뿐 내게 슬퍼할 수 있는 일말의 권리도 허락하지 않는다. 2년 전 그때도 난 울지 않았다. 오히려 너는 내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내 몫의 울음까지 토해냈다. 전화기 너머 희미하게, 하지만 모순적으로 한 음 한 음 정확하게 들리던 네 흐느낌 앞에서 나는 울 수도 없었다. 내가 세상에 나와 아마도 처음 한 일이 우는 것이었을텐데 나는 그 기본적인 생리현상조차 잊었나 보다. 아마 내 성장은 그날 새벽 이미 끝나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어젯밤 나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끝없이 발열했다. 그제서야 완벽하게 홀로 된 기분이었다. 내 열기에 내가 채여 더이상 견딜 수가 없어진 나는 진심으로 울고 싶었다. 나를 울려달라고 무작정 외치면서도 나는 내가 이 정도로 추락했다는 사실을 믿기 싫었다.

나는 스물하나의 세상을 살고 있는데 내 사고와 감성은 열아홉에 멈춰 있다. 이것도 벌이라면 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