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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한 주에는 신기하게도 미드텀이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한 주에는 신기하게도 미드텀이 하나도 없어서 (세 개의 퀴즈는 세지 않는다 나는 시크하니까) 이번 주말 나는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금요일은 평소보다 쉽던 웹워크를 빨리 끝내놓고 유투브에 올라온 스킨즈 새로운 에피소드를 보며 금요일 오후 특유의 한가함과 안도감을 만끽했다. 그리고는 다음 학기에 같은 스윗에서 살기로 한 친구들이 교내 아카펠라 그룹에 신청한 "발렌타인을 맞이하여 장미꽃과 함께 멋진 노래 한 곡을 7달러에 선물해 드립니다" 서비스를 맛보았다. (애들이 나 포함 한 명당 한 곡씩, 총 여섯 곡을 신청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내 방 옆 커먼룸에서 작은 콘서트가 열렸다.)



그래서 지금 내 방 벽에는 장미 두 송이가 있어요.

저녁을 먹고 나서는 Molly 방에 모여서 쿠키에 녹인 초콜렛과 마쉬멜로를 발라 먹으며 <Pride and Prejudice>를 보다가 밤늦게 예진이, Genna, Lorraine이랑 프랫 몇 군데를 전전하며 놀았다. TKE에서 Mr. Bingley(의 외모)를 닮은 애를 만난 건 거의 예술적으로 웃긴 순간이었다. 예전에 SAM 놀러갔을 때는 그렇게 재미없더니 이번에는 어제는 제대로 재밌었다.

토요일에는 느즈막히 일어나서 쉬고, 향진이와 간만에 긴 전화를 하고, 공부를 조금 하다가 밤에는 도서관에서 빌린 <박하사탕> DVD를 봤다. (같이 보다가 자 버린 김예진! 후회할거야 좋은 영화였어 훗훗) 아, 그리고 토요일 밤에, 그 전날 밤 내가 헤매고 있던 좋지 않은 타이밍에 전화한 수화와 다시 통화하기 위해서 전화를 걸었는데 우리 둘이 동시에 서로에게 전화를 해서 전화가 충돌하는(?) 기이한 현상을 체험했다. 신기해!

그리고 오늘은 일요일이니 다시 도서관 모드. 간만에 "컴퓨터 랩 숙제를 Zeke나 TA 도움을 하나도 받지 말고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몇 시간이고 열심히 코딩을 했다. (솔직히 완벽하게 나 혼자 하는 건 구라고, 조언을 해 주는 박 모 군 감사! ...그런데 왜 지금은 대답을 안 하는거야, 이 문제 모르겠단 말이야) 처음에는 정말 말도 아니게 쉽던 랩이 요새는 한 주가 지날수록 점점 개념을 상실한 채 어려워져서, 몇 년 전 배운 자바 지식이 티끌만큼 남아있던 나는 다른 은하계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코딩이 재미는 있으니까 다행이다. 끙끙대다가 디버깅 할 때의 쾌감은 고생하며 생물 실험하다가 데이터 구했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 이 맛에 과학 전공을 하는거야.(?)

그래도 아까 저녁에는 선영 언니가 사물놀이 했던 애들 모아서 밥도 해 주시고 (불고기 예술!), 온갖 워슈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서 예진이와 낄낄거리며 페이스북 스토킹을 하고, 한 주만 참고 기다리면 또 금토일이 날 반겨줄거고, 그래 이 맛에 사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