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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what's the difference between "dynamic" and "destructive",


첫 로테이션을 - 내 기준에서는 - 무탈하게 마무리지었다.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여러가지를 배웠다. 떠나기 며칠 전에는 포닥 오빠로부터 붓을 선물 받았고("로테이션 다 끝나면 이 붓 쓰러 꼭 우리 랩으로 돌아오는 거다?") 마지막 날에는 실험실 사람들과 함께 일식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 운좋게 노동절을 끼고 사흘을 쉬었다. 주로, 잤다. 처음으로 주말 내내 쉰다고 생각하자 참을 수 없이 졸려서 지치도록 잤다. 운동도 하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술도 마시고 한식당에도 가고 쇼핑도 하고, 벼르고 있던 운전 연습도 했다. 차 주인인 친구가 조수석에 앉아서 코치를 해주었지만 그래도 스키드 마크를 볼 때마다 조금 무서웠다. 차가 없는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최고 70마일까지 밟았다. 내 속도를 내가 느낄 수 없었다.


오늘은 두번째 로테이션 첫날이었다. 모든 시작에 있어서 나는 비이성적인 공포에 의거해 짧게나마 징징대는 편이어서 오늘 아침도 별 다를 바 없었지만, 괜찮아 어차피 예쁨 받을 거잖아 사람들이 예뻐해줄 거야 클로이이이- 이러면서, 참을성 있게 나를 달래는 말투에 웅크림을 풀고 일어나 초등학교 교과서처럼 차곡차곡 희망찬 기분으로 출근했다. 무슨 복인지 어딜 가나 사람들이 좋으니 제발 언젠가 나만 좋은 사람이 된다면 모든 것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슨 수로.



어제는 곧 잠에 들려는데 친구에게서 급하게 연락이 왔다. 지금 당장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나 지금 석 달이 넘게 후회하고 있다고 이건 끝이 없냐고 어째서 대체 어째서. 한밤중의 혼란은 매일밤처럼 보편적이다. 누구나 비슷하게 격려에 실패할 수 있을 만큼이다. 때로는 나의 치부를 드러내보이는 위로가 제일 효과적이다. 예를 들자면: 괜찮아 나를 봐 알잖아 내 후회는 언제나 연 단위야. 친구는 안심했다. 네가 안 자고 있었어서 다행이야, 라며.


길게 뉘우치는 삶을 그러나 마냥 해롭다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 사실 이건 희망사항이다.


계절을 착각한 것 같던 8월 초의 서늘함은 어디에 둔 건지 지난 두 주 정도는 굉장히 더웠기 때문에 이 늦더위가 달력을 넘어 넘쳐 흐를까봐 무서웠다. 물론 희망했던 대로 다시 시원해졌지만. 올 여름은 어땠나 쾌적하게 돌아본다. "여름마다 여름을 뒤돌아보는 것이 피곤했지(조연호, 「여름」)." 습관처럼 후회를 센다. 평균이다 / 사실 이것도 희망사항이다.



+ sepalcure - see me feel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