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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in the parking lot i misread "pay here" as "pray here",


자신의 복을 어렵지 않게 감지하는 애들의 눈빛을 본다. 불운보다는 운에 더 민감한 그런 애들은 마음에 소중함이 질서있게 들어찬다는 것이 어떤 모양인지 너무 잘 알고 있다. 타고난 걸까. 부유富有하되 부유浮游하지 않는 그런 건 어떻게 습득될 수 없는 게 아닐지. 그 어떤 순간에도 굉장히 살아있는 것 같다. 내가 대신 즐겁다. 부디 평생 충만해라.


핸드폰에서 자꾸만 안개 경보가 울리는데 대체 어디의 안개를 이야기하는 건지. 하나도 뿌옇지 않다. 끈질기게 예고되는 두꺼움이 없다. 여기의 여름은 이미 다 끝난 것 같다. 보통 여름이 이렇게 짧냐고 묻자, 여기에서 7년 넘게 살고 있는 애가 그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원래 이것보다는 좀 더 따뜻해요, 그래도... 왜 좀 더 더워요, 라고 대답하지 않은 걸까. 아직 8월이다. 어째서인지 계절이 서두르고 있다. 그게 싫지는 않지만. 한국은 많이 덥다고 한다. 더위가 거기로 다 몰려갔나봐. 열을 함께 견뎌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렇다고 해서 건너편의 내가 여름을 전혀 견디고 있지 않다는 게 아니니까, 변명하자면. 나 또한 나름의 방식으로 나름의 계절을,


그러나 지불과 기도가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이게 내 오독의 범위다.


어제는 점심을 먹고 상아색과 하늘색으로 칠해진 다리에 올랐다. 어떤 남자가 바닥에 앉아 트럼펫을 불고 있었다. 여기, 뭐가 적혀있는데...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글자가 보였다. John Ashbery의 시가 우두커니 새겨져있었다.



"It is like a reason that picks you up and places you where you always wanted to be."


그렇게 공중에 한참 있었다. 어쩐지 반대편으로 건너가지는 않았다.



+ dustin o'halloran - we move light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