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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i almost typed "who are you" instead of "how are you",


조금 전 Rss feed로 폴 엘뤼아르 시의 일부를 받았는데 제목 말고는 그 뜻을 알 수 없어서 번역기를 돌렸다:




Je n’ai pas pu percer

Le mur de mon miroir

Il m’a fallu apprendre

Mot par mot la vie

Comme on oublie


- Paul Éluard, "Je t’aime"


I have not been able to break through

The wall of my mirror

I have had to learn

Life word by word

As we forget


- Paul Éluard, "I Love You"



이번 주 초에만 하더라도 하늘이 그렇게 예쁘더니 며칠 갑자기 흐리고 반짝 춥다. 오늘은 반팔에 가디건을 입고 다녔는데 반팔 대신 긴팔을 입던지, 아니면 더 두꺼운 가디건을 입던지, 그랬어야 할 정도로 추웠다. 벌써 11월은 된 것 같다. 태풍이 오는 거라면 차라리 얼른 오고 말았으면 좋겠다. 속전속결을 선호한다기보다는 무엇이든 직전이 제일 설레고, 그게 제일 힘들다. 몸이 추워서 점심 저녁으로 따뜻한 국물을 먹었다. 일할 때에는 몰랐는데 귀가하자마자 피곤이 쏟아지면서 기분이 금세 허물어졌다. 지친다. 마음에 드는 신발과 시계를 살까 고민하다가 결국 둘 다 안 샀다. 마음의 뱃전을 이렇게 조금만 돌려도 욕망은 쉽게 틀어진다. 뒤틀리지는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인 경우들. 대신 아마존에서 커피메이커를 구경했다. 이마저도 내일이면 사고 싶지 않게 되겠지. 옛날 이메일들 중 내 이름이 제목인 것들만 골라 읽었다. 문장들이 양쪽으로 낯설었다. 정말 내가 주고받았던 것들일까. 당신은 감정적으로 너무 촘촘해요.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다. 묘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입체적으로 생각하고 싶어서 움직임을 묻는다. 동사의 시제가 현재진행형이면 동작은 곧 상태가 되어버리고, 그때부터는 방향도 속도도 동선도 아무것도 묻지 않아도 된다. 물어봤자니까. 물어봤자니까, 불과 부피에 실패한다.





폴 엘뤼아르 시의 전문이 궁금해져서 검색해보고 번역기를 돌려보고, 자러간다:



 

Je t’aime pour aimer


- Paul Éluard, "Je t'aime"


I love you to love


- Paul Éluard,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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