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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cause you'll be pretty as usual,"


도시 특유의 지형 때문에 강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거꾸로 흘렀고,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가운데는 불쑥 솟아 있어서 달리는 차에 앉아 앞을 바라보고 있자니 다리 너머의 땅이 보이지 않아서 마치 하늘 속으로 달려가는 것 같았다. 바닷가의 모래는 입자가 곱지만 모래사장 자체는 딱딱해서 사람들은 파도 바로 옆에서 자전거를 타고 조깅을 했다. 나는 나를 잡아끄는 사람들의 손길을 못 이기는 척, 옷을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이게 하나의 큰 욕조라면 좋겠다. 입 안의 소금기를 느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젖은 옷 위에 친구의 티셔츠를 빌려 입고 숙소로 돌아가 씻었더니 졸음이 몰려왔다. 일정이 빡빡해서 학교 본부로 돌아갈 즈음에는 입안이 몽땅 헐어 있었다.



집 앞 주차장에 앉아서 해가 지는 걸 본다. 낮이 짧아지고 있다. 반딧불이가 너무 많다. 사방이 노랗게 반짝거린다. 한국에서 온지 일 년이 채 안 되는 포닥 오빠는 미국에 와서 반딧불이를 처음 봤다고 했다, 저게 뭐냐고 동행인에게 물었다가 비웃음을 샀다면서. 예전에 나와 잠깐 같이 살았던 언니는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사들고 집으로 걷다가 반딧불이를 보면 그걸 잡겠다고 종종걸음을 쳤다. 나는 늘 멀찌감치 서있었다. 언니, 그걸 그렇게 잡고 싶어요? 멀리서 보면 예쁘지만 가까이서 보면 징그럽잖아... 그러고 보니 저녁 이전에는 반딧불이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없는 건지, 내가 못 보는 건지.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깰 때마다, 숨죽이던 내 목소리를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처럼 기분이 낯설다. 그게 어색해서 나는 종종 낱말들을 엎지른다. 네가 알아서, 원하는 단어만 주워가. 나머지는 바닥에 고이게 두자. 예상하지 못했던 괄호는 어떻게 채울까. 솟아나는 것과 비슷한 모양으로 휘발했으면 좋겠다. 이런 걸 애가 탄다고 하는 걸까. 그처럼 약속할 수 없으니 균열이 생기곤 하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당연한 것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눈을 감고 서로를 껴안으며 가늠하기로,



+ fugitive dancer -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