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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기억

The Year of Getting to Know Us (by Ethan Canin)


  앤과 나는 상담가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상담가는 나에게 사람들로부터 친절함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앤을 함께 상담하고, 앤을 따로 상담하고, 후에 나를 따로 상담했다. 상담실 바닥에는 아이들 장난감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본인 가까이에 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가 말했다. "맞나요?"


  "저는 꽤 행복한 사람입니다." 나는 대답했다.


  나는 상담가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앤과 나는 결혼한지 7년째인데 가끔 나는 결혼의 역사라는 게 '사람들은 너무 많은 걸 원한다'라고 기록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와 앤은 지병이 없다. 우리는 일주일에 두 번 늦잠을 잔다. 우리는 대체로 같은 것에 웃음을 터뜨린다. 우리는 출퇴근 체증이 지나면 고요와 평화가 찾아오는 보스턴 교외에 그럴싸한 집이 있다. 앤은 신문에 기고를 하고 나는 변호사와 보험사 직원들의 아이들을 가르친다. 때때로 나는 혼자 있고, 그렇게 혼자 있는 게 필요하다. 때때로 앤도 그렇다. 그렇지만 나는 늘 매순간을 믿을 수 있고 가끔은, 하루에 한 번, 아니면 더 자주, 앤이 침대 시트를 정리하거나 창가의 바이올렛에 물을 주는 걸 보고 있으면 내가 내 삶에 있어서 얼마나 큰 행운을 누리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그런데도 앤은 내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안뜰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공항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온다. 당신은 당신 자신이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만들어, 그녀는 내게 말한다. 그러면 나는 그녀에게, 기분에 관한 이 모든 대화가 정신나간 거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아프리카에서 원주민들이 뭐라고 말하는데? 우리 내일 밥 먹을 수 있을까? 비가 올까? 이런 말을 하잖아. (pp. 26-27)





  한때 앤은 일하다 만난 남자와 바람을 핀 적이 있다. 그는 우리 둘보다 훨씬 젊었는데, 내가 딱 한 번 그를 본 바에 의하면 그는 이십대 후반으로 보였다. 나는 그와 앤을 본 적이 있는 건 언젠가 귀가를 하다가 데니즈라는 식당 주차장에 앤의 차가 주차된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는 길 모퉁이에 주차를 하고 앤을 놀래켜주려 데니즈에 들어갔다. 나는 식당 뒷쪽의 탁자에 앉았는데 그 구석진 자리에서 나는, 턱수염이 난 남자에게 몸을 숙인채 귓속말을 하는 젊은 여자가 내 아내라는 걸 알아보지 못했다.


  나는 일어서서 그 남자를 주차장으로 끌고 나가지 않았고 그들과 합석하지도 않았다, 여태 생각한 결과 꽤 괜찮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는데. 대신 나는 그냥 앉아서 그들을 관찰했다. 그들이 탁자 밑으로 손을 잡고 있는 게 보였다. 남자는 나를 등지고 있었는데 그의 등은 내 등보다 훨씬 넓었다. 앤이 그런 듬직함을 좋아하나,라고 생각했던 게 기억난다. 그러나 그 이외에는 별 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냥 내가 말하는 소리가 듣고 싶어져서 커피를 한 잔 더 주문했는데 내 목소리는 떨리지도, 겁에 질려있지도 않았다. 종업원이 떠났을 때 나는 냅킨을 꺼내서 '너는 아이가 없는 마흔의 남자고 네 아내는 바람을 피고 있네'라고 적었다. 그리고 나는 탁자에 돈을 좀 놔둔 뒤 식당을 떠났다.


  "우리, 상담가를 만나던지 해야할 것 같은데." 몇주 후 앤은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일요일 오후였다. 우리는 베란다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었다.


  "뭐 때문에?" 나는 물었다. (p. 30)





  "나 당신한테 할 말 있어." 결혼 생활 5년차의 어느 일요일 오후, 앤은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함께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는 무슨 말이 이어질지 알고 있었다.


  "나 이미 알아." 나는 말했다.


  "뭘 이미 안다는 거야?"


  "당신, 애인 있는 거."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찮아." 나는 말했다.


  겨울이었다. 하늘은 회색이었고, 불과 몇시간 전 해가 떴지만 벌써 늦은 오후 같았다. 나는 앤이 무슨 말인가를 더 하길 기다렸다. 우리는 몇분 동안 침묵했다. 이윽고 그녀가 말했다. "당신을 다치게 하고 싶었어." 앤은 침대에서 일어나 서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서랍에서 내 스웨터 여럿을 꺼내더니 다시 개켰다. 그녀는 우리 신발을 옷장에 도로 집어 넣었다. 그러고는 침대로 돌아와 앉고는 울기 시작했다. 나를 등진 채였다. 앤의 등은 그녀가 숨을 삼킬 때마다 흔들렸고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만졌다. "괜찮아." 나는 말했다.


  "그냥, 몇번 밖에 안 만났어." 그녀는 대답했다. "할 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어. 그런 일 절대 없게 할 거야."


  "알아, 당신 그러리라는 거."


  "어떤 이유에선지, 당신을 절대 다치게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


  그녀는 울음을 멈추었다. 나는 창문 너머로, 눈의 무게 때문에 가라앉아 있는 나뭇가지를 보았다. 굳이 무슨 대답을 해야할 것 같지는 않았다.


  "왜 당신을 다치게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몰라." 그녀는 말했다. "물론, 당신을 아프게 할 수 있는데."


  "용서할게."


  그녀는 여전히 나를 등지고 있었다. 밖에서는 눈송이 몇개가 공중을 떠돌고 있었다.


  "내가 당신을 아프게 하긴 했어?"


  "응, 아프게 했어. 나 당신이랑 당신 애인, 식당에서 봤거든."


  "어디?"


  "데니즈에서."


  "아니." 그녀가 말했다. "그게 아니라, 내가 당신 어딜 아프게 했냐고." (pp. 37-38)





"The Year of Getting to Know Us"

from Emperor of the Air by Ethan Can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