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rlotte Gainsburg - Anna /
잠이 부족하면, 나는 발성을 못 한다. 다른 건 할 수 있다. 책을 읽거나 글씨를 쓰거나 타자를 치거나 음악을 듣거나 방을 치우거나 요리를 하거나. 그러나 허파에 공기를 넣었다 끌어내는 것, 그게 그렇게 힘들다. 경이롭다, 외부의 무언가로 내 공허를 채우는 일이 이렇게 힘들다니. 졸릴 때면 빈 속에 밥을 우겨넣는 것 또한 그래서 힘든 걸까, 엉터리로 추론하면서. 그러니 나와 대화를 하고 싶다면 우리, 목소리 말고 다른 걸로 대화해... 체온이나 고요 혹은 응시만으로.
며칠 동안 절반 정도는 정신을 놓고 있었고, 주말은 대부분 혼자 보냈다. 끊을 것도 정하지 못한 상태로 사순절을 맞는다. 월요일 낮에는 낡은 문고리를 잡았다가 튀어나온 쇠조각 같은 것에 왼손 엄지를 다쳤는데, 다친 줄도 모르고 한참을 있다가 도서관 앞까지 와서야 손가락에서 피가 줄줄 나는 걸 발견했다. 도서관 카페에서 휴지로 지혈하고 있는데 은지와 관우가 왔다. 은지는 수중에 반창고가 없다며 안타까워했고 관우는 걱정하는 나에게("그 건물 더러운데 나 막 감염되고 그러면 어떡하지?") 무심하게 굴었다("누나, but I'm pretty sure your immune system can handle that..."). 네 이 녀석... 생리학을 듣는다고 우쭐대다니. 하지만 지친 나에게 오늘 애플 파이를 갖다 주었으므로 용서한다. 어차피 이미 꽤 아물어서.
내가 잘못 살고 있다고 생각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나를 자르고 싶어진다).
어떤 형태가 되었든, 기대했던 마음이 나를 내팽개칠 때의 느낌을 안다. 나는 기대를 드물게 그러나 깊게 한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내 기대는 굉장히 선택적이야. 그래서 기대로 가득했던 시간이 표정을 바꾸어 나를 치고 달아나는 가속도는 잊기 힘들다. 말하자면 일종의 체화다. 물리학적으로는 자연스럽지만 동시에 부끄럽게도, 아프다. 지나고 보면 순간이기는 하겠지만 그때마다의 나는 정말 죽을 것 같다. '산산조각'이라는 단어를 몸으로 느낀다.
이따금 있는 내 칭얼거림은 진심이거든. 그래서 남의 다독임이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나를 참을 수 없어지니까. 그럴 때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며칠 동안 절반 정도는 정신을 놓고 있었고, 주말은 대부분 혼자 보냈다. 끊을 것도 정하지 못한 상태로 사순절을 맞는다. 월요일 낮에는 낡은 문고리를 잡았다가 튀어나온 쇠조각 같은 것에 왼손 엄지를 다쳤는데, 다친 줄도 모르고 한참을 있다가 도서관 앞까지 와서야 손가락에서 피가 줄줄 나는 걸 발견했다. 도서관 카페에서 휴지로 지혈하고 있는데 은지와 관우가 왔다. 은지는 수중에 반창고가 없다며 안타까워했고 관우는 걱정하는 나에게("그 건물 더러운데 나 막 감염되고 그러면 어떡하지?") 무심하게 굴었다("누나, but I'm pretty sure your immune system can handle that..."). 네 이 녀석... 생리학을 듣는다고 우쭐대다니. 하지만 지친 나에게 오늘 애플 파이를 갖다 주었으므로 용서한다. 어차피 이미 꽤 아물어서.
내가 잘못 살고 있다고 생각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나를 자르고 싶어진다).
어떤 형태가 되었든, 기대했던 마음이 나를 내팽개칠 때의 느낌을 안다. 나는 기대를 드물게 그러나 깊게 한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내 기대는 굉장히 선택적이야. 그래서 기대로 가득했던 시간이 표정을 바꾸어 나를 치고 달아나는 가속도는 잊기 힘들다. 말하자면 일종의 체화다. 물리학적으로는 자연스럽지만 동시에 부끄럽게도, 아프다. 지나고 보면 순간이기는 하겠지만 그때마다의 나는 정말 죽을 것 같다. '산산조각'이라는 단어를 몸으로 느낀다.
이따금 있는 내 칭얼거림은 진심이거든. 그래서 남의 다독임이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나를 참을 수 없어지니까. 그럴 때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내가 메일을 하루 늦게 확인하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건. 기대가 나를 두고 간 방에서 홀로 숨을 고르며 어쩔 줄을 몰라하던 순간에 그 노래를 다시 들었다면, 그 모든 것이 정말 "간격을 치장하는 일"이라는 말을 상기했더라면. 그게 하필 그 순간이었더라면. 내가 과연 그 시공간을 혼자서 감당할 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기의 진동은 때론 부드럽고, 그 진동을 간직하려는 마음 또한 부드럽다. 게다가 하루 정도가 지나 있어서 나는 다소 안심할 수 있었다. 하루가 더 지나자 그것은 벽지 같은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잠깐 귀가했을 때 쪽잠을 자려고 겉옷을 입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로 침대 위에 쓰러져서 가수면 상태에서 위로를 받았다. 끼니를 챙기고 다시 학교에 가면서, 이제는 꿈이 되려나 생각했다. 어쩌면 이것 또한 체화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밤은 좋은 밤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