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에 이런 짓 시킨 PNP 교수님, 용서하지 않겠어요... (소심한 존댓말?) 그리고, 엑셀 쓸 줄 몰라서 내가 이걸 다 하게 만든 Teresa도 미워 할거야! 으앙! 흐흐 저스트 키딩!! 마음을 착하게 먹자. 좋은 카르마가 나에게 있을지니..
지하실에서 계속 공부를 하다가 기숙사에 잠깐 들리려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날씨가 끝내주게 좋았다. 역시 시험 공부할 때에만 날씨가 좋다. 하늘은 내 편이 아니지.
고백하자면 나는 언제까지고 시키는 대로 말 잘 듣고 공부만 하면 되는 속편한 학생으로 남고 싶었다. 물가에는 조금 늦게 떠밀려져도 좋으니 영원히 청소년이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아찔할 정도로,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도 나에게 피터팬은 바이블이나 마찬가지였고 언제까지고 철 없는 나이이고 싶었다.
중학교 때 도덕 시간이었나, 선생님이 우리 반에게 빨리 이십대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셨을 때, 우리 반 아이들은 나 빼고 모두 그렇다고 했고 나는 그 무리 가운데 앉아 그 애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디서 뭘 주워 들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한테 '스무 살이 넘는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감이 주어진다는 걸 의미했다. 물론 그 전에도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스스로 해야 착한 어린이였지만, 그런 어떤 나이를 넘는다는 것은 보다 더 크고 무시무시한 책임감을 억지로 떠안게 되는 순리(라고 해야 한다면, 순리)를 뜻했다. 급우들은 아무도 모르던, 자라나는 어린이의 배 부르고 등 따뜻한 그 안락함을 건방진 나 혼자 몰래 알아버린 건지, 아니면 그저 내가 전혀 독립적이지도 용감하지도 못 한 겁쟁이였던건지, 어쨌든.
그런데 요새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는 앞날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냥 빨리 대학을 졸업해서 뭐든지 다 아는 그런 걱정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가도, 과연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내가 내 자신을, 내 앞길을, 내 미래를, 궁금했던 것 몰랐던 것 그 모든 것을 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학교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아니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아니 그 훨씬 전부터 이 세상에는 모르는 것 밖에 없었던 내가 (실제로 내가 이전에 쓰던 블로그 글을 읽어봐도 절반이 '모르겠다'는 말 뿐이다.) 대학교를 졸업한다 해도, 아니면 그 이후로 대학원을 마친다고 해도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 과연 있나 싶다. 지금의 내가 최고로 발전한 모습이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발전을 멈춘지 오래된 것 같다. 이제는 천천히 퇴화할 일만 남았나? 벌써? 아, 이래서 작년에 철현이가 나더러 insecure하다고 한 걸까?
대답은 언제나 그렇듯, 모르겠군. 돌아가서 공부나 하자.
지하실에서 계속 공부를 하다가 기숙사에 잠깐 들리려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날씨가 끝내주게 좋았다. 역시 시험 공부할 때에만 날씨가 좋다. 하늘은 내 편이 아니지.
고백하자면 나는 언제까지고 시키는 대로 말 잘 듣고 공부만 하면 되는 속편한 학생으로 남고 싶었다. 물가에는 조금 늦게 떠밀려져도 좋으니 영원히 청소년이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아찔할 정도로,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도 나에게 피터팬은 바이블이나 마찬가지였고 언제까지고 철 없는 나이이고 싶었다.
중학교 때 도덕 시간이었나, 선생님이 우리 반에게 빨리 이십대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셨을 때, 우리 반 아이들은 나 빼고 모두 그렇다고 했고 나는 그 무리 가운데 앉아 그 애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디서 뭘 주워 들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한테 '스무 살이 넘는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감이 주어진다는 걸 의미했다. 물론 그 전에도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스스로 해야 착한 어린이였지만, 그런 어떤 나이를 넘는다는 것은 보다 더 크고 무시무시한 책임감을 억지로 떠안게 되는 순리(라고 해야 한다면, 순리)를 뜻했다. 급우들은 아무도 모르던, 자라나는 어린이의 배 부르고 등 따뜻한 그 안락함을 건방진 나 혼자 몰래 알아버린 건지, 아니면 그저 내가 전혀 독립적이지도 용감하지도 못 한 겁쟁이였던건지, 어쨌든.
그런데 요새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는 앞날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냥 빨리 대학을 졸업해서 뭐든지 다 아는 그런 걱정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가도, 과연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내가 내 자신을, 내 앞길을, 내 미래를, 궁금했던 것 몰랐던 것 그 모든 것을 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학교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아니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아니 그 훨씬 전부터 이 세상에는 모르는 것 밖에 없었던 내가 (실제로 내가 이전에 쓰던 블로그 글을 읽어봐도 절반이 '모르겠다'는 말 뿐이다.) 대학교를 졸업한다 해도, 아니면 그 이후로 대학원을 마친다고 해도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 과연 있나 싶다. 지금의 내가 최고로 발전한 모습이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발전을 멈춘지 오래된 것 같다. 이제는 천천히 퇴화할 일만 남았나? 벌써? 아, 이래서 작년에 철현이가 나더러 insecure하다고 한 걸까?
대답은 언제나 그렇듯, 모르겠군. 돌아가서 공부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