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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돛단배

못 보던 거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못 보던 거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너와 나의 거리를 생각했다. 너무 멀게 느껴져서 나는 아마도 대답을 얼버무렸던 것 같다. 그리고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그로써 우리의 거리가 조금 더 멀어졌을 것이다. 기숙사로 돌아올 때 바람이 사나웠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고, 그러자 손 끝에 엠피쓰리가 닿았고,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싶어서 듣고 있던 음악의 볼륨을 조금 높였다. 재생되고 있던 노래가 The Kooks의 노래였던 건 분명한데 곡명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결국 다른 생각을 하지 못 했나 보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컴퓨터를 켜고 The Kooks의 음악을 크게 틀었다. 여담이지만 The Kooks의 음악은 기타를 배우고 싶게 만든다. 밖은 흐리고 어둑어둑하고 추운데 나는 아무도 없는 따뜻한 방 안에서 여유롭게 혼자일 수 있었고 음악도 이어폰을 끼지 않고 들어도 되었으므로 흡족했다. 나는 그 여유로움에 젖어서 기타를 배우는 상상을 했다. 그러다가 너무 더워서 방 온도를 낮추었다.

이건 며칠 전 이야기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똑같이, 더군다나 그 며칠 전과 비슷한 시간대에, 아무도 없는 따뜻한 방 안에서 여유롭게 혼자이며 이어폰 대신 스피커로 The Kook의 음악을 듣고 있다가 방 온도를 낮추었다. 그 며칠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첫 글을 쓰고 있다는 점 정도?

그동안 1. 네이버라는 포털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2. 너무 십 대 냄새가 나서, 3. 따분해서 떠나고 싶었던 네이버 블로그를 1. 공개설정이 세부적이라서, 2.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된 몇몇 사람들이 좋아서, 3. 2년 정도 썼던 정이 남아 있어서 주저하고 있었는데 결국 앞의 세 가지 사항이 더 크게 작용해서 티스토리 계정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티스토리가 어떤 형식인지 보고 네이버와 비교하려고 초대장을 받고 계정을 만든건데 아마도, 티스토리를 쓰게 될 것 같다. 아마도, 네이버 블로그는 방치해 둘 것이다. 비망록으로써의 역할을 하겠지.

음, 여러모로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