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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

"I am writing this because people I loved have died." -- From My Michael by Amos Oz 추웠다가 더웠다가, 비가 오고 다시 추워졌다가 해가 나오고, 너무 많은 일이 남몰래 있었다. 주어를 헷갈려하는 사람에게 조금의 짜증을 내는 사이 올해도 어김없이 동지에 터치다운 했다. 내려가는 해를 보며 슬리퍼를 끌고 가게에 들어갔다. 가게는 나처럼 막판에 연말 선물 사려는 사람들로, 그러나 주중이라, 꽤 고요히 분주했다. 집 거실에 꿇어 앉아 가게에서 사온 것들을 포장하는데, 이웃이 잠깐 핸드폰 좀 빌리자며 발코니 유리문을 쿵쿵 두드렸다. 그는 몇 주 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나를 불렀고, 잡담 도중 아랫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알려주었다. 그 집이 비게 된 것은 인부들이 블라인드를 젖힌 채 내부공사를 하는 바람에, 대충 알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이.. 더보기
"하염없는 걸 좋아하는 내게 당신은 "신발을 잃어버리는 꿈을 꾸었니? 아니면 발이 너무 시린 꿈을 꾸었니?"하고 다정히 물었다." -- 조연호 '농경시' 부분 친한 윗학년 친구 둘이 졸업을 했다. 둘 다 감사의 말 섹션에 나를 따로 싣고, 잊고 있던 사진으로 피피티를 도배했다. 교수와의 논의 끝에 졸업을 두 달 미룬 친구는 테네시 대신 메릴랜드에 직장을 잡았다. 은행이 있는 건물 옆을 걷다 마주쳐 얼싸 안았다. 가까운 사람들이 나를 떠나는 일은 오래 된 만큼 자연스럽지만 절대 익숙해지지 않고, 그러나 그만큼 새롭게 가까운 사람들이 반드시 생긴다. 복도에 서서, 어두운 주차장 한가운데에 서서, 라디오 볼륨을 줄인 차 안에 앉아서, 바에 나란히 앉아서, 뒷뜰 가스등 둘레에 모여서, 자주 잡담을 한다. 얘기 도중 생각 없이 이름을 줄여 불렀더니 네가 나를 그렇게 부르는 건 처음이네! 하고 누가 웃었다. 이름의 길이를 줄이는 일이, 누군가.. 더보기